/사진=한국투자증권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금융감독원의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 업무 위반 혐의에 대한 심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활동 범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부동산 신탁업 인가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 금융당국 “발행어음 조달 자금으로 개인대출”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0일 후속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한국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징계 내용 등을 결정한다. 지난달 20일 개최된 재제심에선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를 내리는 안건이 논의됐으나 끝내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심의의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로 활용했는지 여부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원을 대출해줬다.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맺었다. 최태원 회장은 SK실트론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이 SK실트론 지분 매입자금을 대출해준 건 개인대출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단기금융 업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개인 신용공여나 기업금융업무와 무관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시장 독주…‘승자의 저주’ 걸리나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라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이다. 이후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서 시장을 선점하며 발행어음 규모를 키워올 수 있었다. 만약 규제의 덫에 걸려 강도 높은 징계를 받는다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징계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단기금융 업무 인가 조건을 위반했을 때 6개월 이내 업무의 전부 내지 일부 정지, 기관경고·주의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관련 임원에 대해서는 해임요구, 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 문책경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영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PC를 통한 대출이더라도 그 목적이 개인대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감원이 거래 형식이 아닌 거래의 실질적인 내용까지 살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단 거래의 정당성을 소명하면서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악의 상황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금감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저희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할 계획”이라며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감원 징계 여부·수위 촉각…단기금융 업무 위축 우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존 사례가 없는 데다 제재 수위가 높은 만큼 이번 금감원 결정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초대형 IB의 단기금융 업무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결정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초대형 IB들이 단기금융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이 중징계를 받으면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부동산 신탁업 인가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오는 3월 최대 3곳의 예비인가를 의결할 예정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부동산 신탁업 인가에서 여러 가지 평가 요소를 점검한다”며 “이번에 중징계를 받는다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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