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재인 대통령, 15일 청와대 영빈관서 기업인 초청 간담회
대통령-기업인 나란히 앉은 ‘타운홀미팅’…질의응답 이어져
25분간 청와대 경내 산책...자유로운 분위기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한국 경제 활력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가 귀를 열고 재계가 입을 열었다.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에 사업 발굴과 투자, 고용 창출을 당부했다. 기업인들 역시 자켓도 벗어던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현장의 생생한 고충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 문 대통령 “사업 발굴과 투자, 고용 창출에 앞장서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정부의 목표다. 정부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로 나아가는 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역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며 "정부도 여러분의 혁신 노력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규제 혁신에도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규제박스가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또 신기술, 신사업의 시장 출시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세계경제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노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재계 “혁신·고용창출 위해선 규제 완화 필요”

최태원 SK 회장이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0분 간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직접 손을 들고 적극적인 질문 공세를 펼쳤다. 주로 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완화나 정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자신의 지론인 ‘사회적 경제’를 강조하며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의 또 다른 대상은 사회적 경제”라며 “사회적기업은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유럽은 평균 고용창출 전체의 6.5%를 사회적 경제에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런데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어떻게 할 건지, 구상이나 이런 것이 있으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창규 KT 회장은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에서 쌀”이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모든 부문에서 활용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데이터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황 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좀 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 대통령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법이 17일부터 발효된다. 시행령도 확정되면 상당부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며 “개인정보 3법은 지난해 11월 정부여당이 개정안을 발의해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통과되면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 가속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회장은 기업들의 “외형은 커졌지만 저희 기업들은 아직 청소년기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며 "왕성한 청년기에 실수도 하지만 앞날을 향해서 뛰어가는 기업들을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세계를 뛰어다니고 시장을 뛰면서 회사의 사업을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것이 기업인들의 보람"이라며 "그렇게 해서 얻어진 수확으로 임직원들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고, 또 세금 많이 내서 나라 살림에 보탬 되는 방식이 자신들이 아는 애국의 방식이고 기업인들의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 “자켓도 벗어던지고” 둥글게 머리 맞댄 ‘靑-기업인’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간담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업인 130여명은 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30분께 영빈관으로 들어섰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입구에서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갑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인사한 뒤 명함을 교환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노 실장이 새해 덕담을 건네자 “고생 많이 하시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현장에 모인 기업인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간담회를 진행했다. 양복 자켓을 벗고 와이셔츠와 타이의 가벼운 차림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문대통령 역시 자켓을 벗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박용만 회장이 미팅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상의 탈의’를 건의한 결과였다.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타운홀미팅’의 정석이었다.

좌석 배치 역시 수평적 분위기가 강조됐다. 사회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앞에 서고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양 쪽으로 기업인들이 둥글게 앉았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전에 질문을 정리한 청와대는 현장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 질문은 서면 혹은 질문집 제작으로 충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속 연기 가능성이 제기됐던 청와대 경내 산책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만큼 미세먼지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산책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으나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담을 위해 예정대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영빈관에서 본관 소나무길을 지나 소정원으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를 25분간 함께 걸었다.

◆ 128명 ‘역대급’ 간담회…재계 총수, 미리 모여 버스로 이동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참석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간담회는 대기업 22명, 중견기업 39명,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61명, 서울상의 회장단 6명 등 128명 규모로 이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4대그룹 총수가 모두 청와대를 방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참석자나 규모 면에서 ‘역대급’ 간담회인 만큼 이날 청와대 행을 앞두고 재계 총수들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 사전 집결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의 등장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기업 참석자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순서대로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 중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대기업 총수들은 사전에 마련된 전세버스에 올라타 청와대로 함께 향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옆자리에 앉았고 정의선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도 마주 앉아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들과는 별도로 서울상의 회장단과 함께 버스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 조양호·이중근·이해욱 불참…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공석’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대기업 참석 명단에는 재계 자산 25위권 기업이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제외한 22명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사회적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지난 몇 년간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배임·횡령에 밀수 의혹까지 불거지며 수사를 받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부영그룹 역시 이중근 회장이 4000억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고, 전날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최근 운전기사 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내 최대 IT기업인 네이버도 중견기업 참석 명단에서 제외돼 궁금증을 키웠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의 외부일정 문제로 불참 의사를 대한상의에 전달했고, 대한상의는 대표급 다른 임원의 참석도 가능하다고 재공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리참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무진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결국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측은 “내부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의도적으로 대리참석을 거부한 것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130여명이 모이는 자리에 네이버가 불참했다는 사실에 IT업계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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