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투자전문가그룹 "신중한 접근 필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새해 들어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증권거래세 폐지·인하 요구에 여당이 가세하면서부터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이 거론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여당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 공론화해야”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는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세금으로 현행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 ▲코스닥·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 등이다. 그러나 증권거래세는 거래 행위 자체에 부과하는 세금인 만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도소득세 과세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부과되는 이중과세의 문제도 제기된다.

증권거래세 개편은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일종의 거래 비용인 증권거래세가 낮아져야 증시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선 침체기에 들어선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거래세가 인하 또는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14조원 수준에서 증시 부진이 시작된 하반기엔 9조원 가량으로 낮아졌다.

또 미국·독일·일본 등 증권거래세가 없는 국가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증권거래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의 해외 이탈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부턴 여당까지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개편 요구에 대해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또한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하면서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 증권거래세 폐지 이후 5조원 규모 세수 감소

그러나 세제 당국에서는 증권거래세가 한해 5조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관련 논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권거래세 폐지·인하 요구에 대해 세수 문제를 이유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드러냈다. 

세수 등 증권거래세 개편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이 꼽힌다. 이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를 모든 주식으로 확대하고 과세 대상에 채권도 포함하는 방안이 법안의 골자다. 대신 이 개정안과 동시에 발의된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에는 2020년부터 증권거래세를 인하해 2024년 완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재부의 경우 김종훈 민중당 의원 측에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후에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21년까지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전체투자자 중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양도소득세 확대에 따라 증권거래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재부가 5조원에 달하는 세수 공백을 메우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양도세 강화를 함께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전문가들 “양도소득세 전환 신중하게 접근해야”

다만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이 자본시장과 세제 당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를 모든 주식으로 확대할 경우 주식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양도소득세는 수익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세수 추측이 쉽지 않아 세제 당국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는 “양도소득세 확대는 주식 시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와 양도소득세 확대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양도소득세로의 전환을 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증권거래세는 세수를 예측하기 쉬운 반면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 차익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예측이 쉽지 않아 그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사례를 고려했을 때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일본은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양도소득세 과세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했다. 즉 세수 감소를 감내하는 동시에 거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 세제 전환을 성공했다. 

반면 대만은 실명 거래 환경의 미비 속에 주식시장의 과열 억제 목표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커지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번 세제 전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 관련 일본의 성공 사례와 대만의 실패 사례를 비교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논의를 해온 데다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쓴 반면 대만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즉흥적으로 시도하다 전환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오문성 교수 또한 “대만 등 해외의 사례를 고려하면 양도소득세 전환 시기·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상황에 따라 양도소득세 전환 효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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