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중 대화하는 하승진(왼쪽)과 전태풍. /사진=KBL

전주 KCC 전태풍(36ㆍ180㎝)과 하승진(31ㆍ221㎝)은 죽이 잘 맞는다.

전태풍이 2009년 귀화혼혈선수로 KCC 유니폼을 입을 때 적응 도우미는 프로 2년차 하승진이었다. 하승진은 NBA(미국프로농구) 포틀랜드에서 뛴 경험이 있어 한국말이 서투른 전태풍의 통역을 자청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 선생님 역할까지 했다.

미국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 출신 가드와 국내 최장신 센터의 만남은 코트 밖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둘은 콤비를 이룬 첫 시즌(2009~10)부터 준우승을 경험했고, 2010~11시즌에는 큰 일을 냈다. 정규리그 4위로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러 챔프전까지 올라 원주 동부를 4승2패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승진은 챔프전 MVP(최우수선수), 전태풍은 우승 팀 야전사령관으로 이름을 남겼다.

전태풍과 하승진은 2011~12시즌을 마친 뒤 이별했다. 전태풍은 3시즌을 뛰면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고양 오리온으로 둥지를 옮겼고, 하승진은 군 복무를 시작했다. 떨어진 기간 동안 둘은 잘 안 풀렸다. 전태풍은 오리온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부산 KT로 다시 트레이드 됐고, 군 복무를 마친 하승진은 2014~15시즌 기나긴 부상 악몽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슬럼프를 나란히 겪었던 그들은 2015~16시즌을 앞두고 4년 만에 다시 뭉쳤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전태풍이 창원 LG와 KCC의 부름을 받았지만 친정 팀을 택하면서 하승진과 반가운 재회를 했다. 전태풍은 하승진을 비롯해 옛 동료들이 있는 KCC를 ‘가족’이라고 불렀다.

지난 4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던 둘은 호흡을 맞추자마자 KCC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전태풍은 53경기에서 평균 11.0점 2.6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추승균 감독이 뽑은 팀 내 MVP가 됐다. 또 하승진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 내내 골밑을 지켰다.

전태풍과 하승진은 직행한 4강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강력한 ‘우승 DNA’를 발동했다. 둘은 “정규시즌 1위는 지나간 일”이라며 “플레이오프는 더 집중되고 몰입도가 생긴다”고 입 모아 큰 경기를 즐겼다. 3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하승진은 2경기 연속 더블 더블을 작성했고, 전태풍은 2차전에서 3점슛 3개 포함 16점을 집중시켰다. 1, 2차전을 쓸어 담은 추 감독은 “하승진이 제공권을 장악해 쉬운 게임을 했다”며 “시즌 초반보다 몸이 좋아졌고, 행동 반경도 넓어졌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전태풍도 공격이 잘 풀려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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