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트럼프 5월17일까지 무역확장법 적용 여부 결정

한국 고율 관세 미적용 가능성 커

정부, 민관합동 대책 회의 소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서 한국을 제외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은 제외해달라."

정부와 재계가 한 목소리로 미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서 '한국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한국 차 산업의 명운이 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 해 80만대 이상의 완성차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수출 완성차 3대 중 1대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27만대 중 58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했다.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다급한 정부와 자동차 업계, 예외국 지정 촉구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한 테이블에 앉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업부)는 19일 김용래 통상교섭본부차관보 주재로 대한상의에서 자동차와 부품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 회의에는 통상정책국장, 미주통상과장, 자동차 관련 협회 및 단체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보고서 제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약 90일간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하면서 업계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17일까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무역확장법 시행과 고율 관세 적용, 수입량 규제 등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한 목소리로 한국의 예외국 지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을 끼치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을 당시 산업부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업계와 긴밀히 협의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미국 정부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담은 서면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설 연휴 기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 등 정·관계 핵심 인물들을 만나 '한국 자동차가 무역확장법 232조의 조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미국 측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만큼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계도 정부와 행보를 같이 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8일 미국 의회 지도자, 통상·한미관계 의원 50여명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자동차·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공화·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무역확장법 232조 남용 방지를 위한 '2019 양원합동의회통상권한법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허 회장은 이 서한에서 지난해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분야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 검토 때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최종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적극 노력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동차 232조' 한국 제외 전망 우세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한국과 멕시코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EU나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은 높지만 실질적인 관세 부과보다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 부과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미국 딜러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그밖에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현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보조금 부활,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관세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미래차 주도권 확보 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울러 "한국이 관세 적용에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점은 긍정적이나 반사 수혜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같은 전망을 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방위비 분담, 북미회담 등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수입관세 예외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쿼터제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미국 수출 철강과 알루미늄이 각각 25%와 10% 관세부과 대신 3년간 수출 물량의 70% 쿼터제를 결정한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쿼터가 직전 3개년 평균의 70%로 제한될 경우 한국공장의 가동률 하락이 우려된다"며 "특히 르노삼성과 한국GM은 한국공장 생산급감으로 부품사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같은 분석이 나왔다. 15일 미국 자동차연구센터는 '미국 자동차 무역정책이 미 소비자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철강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은 이전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면제를 협상 끝에 성공적으로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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