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송진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오피스텔을 임대해 개인사업을 하는 A씨(52)는 최근 사무실 부근 증권사 지점 직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A씨는 2개월 전 3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겨 평소 알고 지내온 B직원을 찾아가 해당 증권사의 계좌에 3억원을 입금시킨 뒤 유망한 주식이 나오면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며칠 후 B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A씨는 특정 주식이 매우 전망이 밝다는 설명을 들은 뒤 그 직원에세 즉시 매입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B직원이 추천해준 주식의 주가는 곧바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 달여 동안 30% 가까이 폭락하는 바람에 A씨는 요즘 밤 잠을 설치고 있다. 1억여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B직원에게 항의를 해보았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하지만 해당 주식의 주가는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과 고객 간에는 A씨의 케이스에서처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펀드 상품을 추천하면서 직원이 위험요소를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아 결국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믿고 맡긴 계좌에서 잦은 매매로 수수료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큰 손실을 보는 예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 직원의 행위로 인해 고객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증권사는 각종 수수료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실적에 목을 매는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돈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수수료 수입에만 눈이 멀면서 비롯된 측면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56)이 이 같이 불합리한 관행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해 여의도 증권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적을 중시해야 하는 CEO 입장에선 흔치 않은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올 1월 지점의 영업실적 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의 영업실적 평가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고객의 재산을 불리는 데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실적에 '올인'하다 보면 고객에겐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버리고 고객 위주의 영업을 하라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고객을 최대한 자주 만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고객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옳은 길로 유도하라는 요구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영업방식을 학창시절의 시험공부에 비유하고 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시험공부를 철저히 해야하고 증권사 영업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NH투자증권에도 더 큰 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정 사장은 믿고 있다.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한 정 사장은 2018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6% 성장한 5,401억원, 당기순이익은 3.4% 늘어난 3,614억원을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금융업은 일반 제조업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제조업은 각종 원자재를 구입해 물건을 만든 후 고객에게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금융업은 고객의 돈을 밑천으로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금융회사와 직원들에겐 보다 엄격한 윤리가 요구된다.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과감한 탈바꿈을 선언한 정영채 사장의 영업방식은 분명 고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다. 그것이 2019년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으로 이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정 사장의 ‘고객 위주' 영업이 올해 좋은 결실을 맺어 타 증권사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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