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
거대 IT 기업들 '인재 모시기 전쟁' 치열
네이버 분당 사옥/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네이버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통 큰 스톡옵션(주식 보상)을 추진한다.

13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향후 5년간 회계상 15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임직원 스톡옵션으로 투자한다. 네이버 2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스톡옵션 계획이다.

네이버는 올해 168억원, 내년 315억원, 2021년 406억원, 2022년 343억원, 2023년 268억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회계상 주식보상비용은 '행사가격X주식 수'가 아닌 별도 공식으로 계산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1.7%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스톡옵션 지급계획을 살펴보면 임원 및 주요 인재 637명은 현재 주가의 1.5배를 달성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총 83만7000주(발행주식의 0.3%)를 받는다.

3년 뒤 목표 주가인 19만2000원을 10일 이상 기록할 경우 이들은 1인 평균 2억5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행사할 수 있다.

2만주를 받는 한성숙 대표는 38억원, 1만주를 받는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9억원을 받는 셈이다.

◆네이버, 스톡옵션 푸는 속내는

네이버가 이처럼 대규모 스톡옵션을 푸는 것은 인재 유출에 따른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최근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19' 첫 참가 직전 돌연 사의를 표했다.

AI(인공지능)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개발을 이끈 김준석 리더도 최근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이 수백명에 달하는 대규모 채용에 나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크레딧잡에 따르면 구글코리아 평균 연봉은 약 9400만원으로 국내 IT 기업 최고 수준이다.

한성숙 대표 또한 인재 유출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지난 연말 한 행사에서 그는 "글로벌 진출 목표에 현실적인 가장 큰 어려움은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5만명의 개발자를 확보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번 스톡옵션 계획을 발표하며 네이버는 "국경을 넘어선 치열한 인재 쟁탈전에서 세계적인 서비스를 이끌어갈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주주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 제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인재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며 글로벌 시장 도전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IT 업계는 ‘인재 모시기’ 전쟁 중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네이버를 비롯한 거대 IT 기업들은 치열한 인재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카카오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으며 중국 알리바바는 다모위안연구소에 15억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해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다모위안연구소는 AI,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페이스북도 인재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 스페이스’를 최근 인수했다. 체인 스페이스는 유니버시트칼리지런던 출신이 모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페이스북은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이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경우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국가 프로젝트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유학파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데 중국으로 간 IT 전문가들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대 IT 기업들이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인재 사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력을 해외로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