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출석하는 정준영.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어제 밤 정준영은 당사에 사과문을 전달해 왔으며 당사는 정준영 본인의 입장을 가감없이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당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정준영과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당사는 2019년 1월 자사 레이블인 레이블엠과 계약한 가수 정준영과 2019년 3월 13일부터 계약 해지를 합의하였습니다."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이 같은 입장문을 보냈다. 정준영이 불법 영상 및 사진물을 촬영해 공유했다는 의혹이 번진 지 이틀 만, 정준영이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귀국한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는 이어지는 입장문에서 소속 아티스트로 인해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정준영이 사과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성실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끝까지 소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계약을 해지만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실제 이 이후 이번 사안에 대해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입장이나 후속 조치는 없다.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가 정준영과 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1월이다. 이 시기에도 이미 정준영은 두 차례나 불법 촬영 의혹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 2016년 정준영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어 지난 해 12월에도 불법 촬영 정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입건됐다. 경찰은 당시 정준영이 과거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을 맡긴 사설업체 저장장치에 정준영과 관련된 몰래카메라 영상이 들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해당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반려됐다.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가 정준영과 계약을 맺기 전 그에 대한 신상 조사를 확실히 했는지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경찰에 출석하는 승리.

승리의 경우 이보다 더하다. 당초 정준영보다 먼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건 승리였다. 승리가 대표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이 폭행,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경찰과 유착, 미성년자 출입 등 여러 의혹을 받으면서다. 승리는 버닝썬 논란이 커지기 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자신은 홍보를 담당하는 이사였다"고 변명했지만, 실제 승리가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승리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며 해외 원정도박 의혹까지 받고 있다. 정준영이 찍은 불법 카메라 영상도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는 청소년은 물론 대중 문화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는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이다. 무대 위는 물론 무대 밖에서의 생활도 조명되는 아이돌 그룹들은 그만큼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 '애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신다'는 속담처럼 아이돌 그룹 멤버들 역시 별 뜻 없이 한 행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승리 본인의 말만 믿고 성접대 의혹에 대해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버닝썬 논란이 활활 타오르던 시점에도 승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클럽 사내 이사로 등재되어 있던 승리가 얼마 전 사임한 이유는 승리의 현역 군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0조에 따르면 '군인은 군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승리의 버닝썬 논란 발빼기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던 YG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이 바뀐 건 지난 13일이다. 승리가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으며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전환, 본인이 직접 은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뒤였다. 그제야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게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승리와 전속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정준영이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보고 사회 통념상 부적절한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알려진 씨엔블루의 이종현,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소속사는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처음엔 본인 확인 결과 아니라고 했다가 증거가 나오자 반성한다, 팀에서 탈퇴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다. 음주운전을 한 뒤 경찰에 청탁을 해 대중에게 알려지는 걸 막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FT아일랜드의 최종훈 역시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와 가까운 위치에서 그들의 공적, 사적인 일들을 다수 관리하고 대중과 바람직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매니지먼트들이 오히려 아티스트의 거짓말과 부적절한 해명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해 혼란을 야기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획사들의 행태가 '책임의식 부족'이라고 꼬집고 있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타들을 관리하는 곳이니 만큼 더욱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당사자들의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소속사 내부 차원에서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승리의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회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승리와 정준영을 각각 성매매 알선 등 행위처벌법률위반, 성폭력범죄의처벌특례법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승리의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회장과 정준영의 소속사였던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의 이동형 대표를 관리감독 소홀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결여된 이번 사건을 넘기기엔 사회적 파장이 크다"면서 "소속사 대표들도 수익만 추구할 뿐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일탈행위 발생 시 '전속계약 해지'라는 꼼수와 책임회피로 일관해 왔다. 소속사도 공동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예인의 인기가 상승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수익과 책임도 높아진다"며 "이 같은 사실을 망각한 연예인과 소속사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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