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 헌법 불합치 결정돼
헌법 재판관 9명 중 2명만 합헌 의견 나와
2020년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 개정해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11일 헌법 재판소가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조재천 기자] 헌법 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11일 헌법 재판소는 2017년 산부인과 의사 정 모 씨가 제기한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 관련 헌법 소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법 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헌법 불합치 의견 4명, 위헌 의견 3명, 합헌 의견 2명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재판소는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형법 제269조 제1항은 위헌으로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부의 동의를 받아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역시 위헌으로 봤다.

다만 헌법 재판소는 해당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법 개정에 시한을 두고 그때까지 현행법을 한시적으로 존속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헌법 불합치 결정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간 유지돼 온 낙태죄 관련 조항은 개정을 앞두게 됐다. 입법부는 오는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행법이 유지된다.

한편, 7년 전 헌법 재판소는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 당시 8명의 재판관 가운데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6명에 못 미쳐 합헌 결정이 나왔다.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헌법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 관련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헌재는 “낙태죄는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7년 사이 낙태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낙태죄에 대한 헌법 재판관들의 의견도 달라진 셈이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헌법 재판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놓고 우선순위를 따져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우선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고, 7년 전과 달리 9명의 헌법 재판관 모두 새로 임명된 것을 두고 기존의 합헌 결정을 뒤집을 변수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헌법 재판소가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헌법 불합치 결정하면서 앞서 낙태죄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들이 재심에서 구제될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조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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