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ICO 금지' 이후...IEO·STO 등 대안투자 인기
관련법 없어 위법 아니지만 …사기나 스캠 리스크는 여전
지난 2017년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자 거래소 공개(IEO), 증권형 토큰(STO), 토큰 크라우드 펀딩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flickr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정부가 신규 가상화폐(암호화폐)를 공개할 때 미리 투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을 전면 금지한 이후 최근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이 늘고 있다. 거래소 공개(IEO), 증권형 토큰(STO), 토큰 크라우드 펀딩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존 ICO와 같은 듯 다르다. ICO란 투자자로부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받고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IC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신규 코인이 발행된 이후 투자한 만큼 해당 코인을 지급받을 수 있다.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하지만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IPO와 달리 ICO는 법 밖에 놓여 있었다.

정부는 이에 지난 2017년 9월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 등으로 소비자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며 ICO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사기의 근원이며 블록체인은 역사상 가장 과장된 기술”이라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ICO 허용 반대를 재차 강조했다.

물론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ICO는 물론 가상화폐와 관련한 어떠한 법적 규정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ICO를 금지할 법적 근거 역시 없다는 뜻이다. 정부 눈치에 국내 기업들은 주로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 ICO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 역시도 ICO 이후 상장까지 장기간이 걸리는데다 성공한 ICO사례를 본 따 사기에 악용하는 등 리스크가 컸다.

◆ 같은 듯 다른 IEO, STO, 토큰 크라우드 펀딩

거래소 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는 이 같은 ICO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다. 글자 그대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중심이 돼 신규 가상화폐 프로젝트를 엄선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전문성을 의존할 수 있으며 거래소 입장에서도 상장 이전 투자자들을 미리 모을 수 있어 거래량 활성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IEO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후오비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후오비 프라임’을 통해 탑네트워크, 뉴턴프로젝트 등의 IEO를 진행, 수 초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BCEX 역시 가상화폐 오쿠를 판매해 6분만에 준비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증권형 토큰(STO)은 지난해부터 ICO의 대안으로 떠오른 자금 조달 방식이다. 자본시장법 등 현행 법규에 따라 적정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증권형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ICO와 달리 실물 자산 담보와 연결돼있다는 점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을 배당금으로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채권·주식과 유사하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미국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시리즈원(SeriesOne)과 협력해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대체 거래소(ATS) 라이선스를 통해 미국에 STO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선 오는 STO 시장이 오는 2020년 10조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큰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보다는 ‘기부’의 형식에 초점을 맞춘 자금 조달 방식이다. 토큰이 아닌 원화로 투자금을 모은다는 점이 특징이며 상장 이후 토큰으로 재분배하는 점은 ICO와 유사하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크라우드펀딩 기업 크라우디와 함께 토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려다 IEO로 비춰질 수 있다는 해석에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 위법은 아니지만…관련 법 제정·스캠 주의해야

업계에서는 IEO나 STO, 토큰 크라우드 펀딩 모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ICO 전면 금지를 표명한 지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관련 법 규정 마련이 지지부진한데다 자본시장법상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 아닌 ‘비(非)법’이라는 설명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ICO를 금지했지만 해외에서 우회 ICO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코인들이 적지 않다”며 “IEO나 STO 등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 역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규제도 좋지만 관련 법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그에 맞는 방식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방법도 무분별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기존 ICO가 사기나 스캠(Scam)에 악용된 것처럼 IEO, STO, 토큰 크라우드 펀딩 역시 진행되는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안정성, 비전, 수익 창출 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IEO의 경우 이를 진행하는 거래소의 공신력을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거래소의 거래량이나 회원 수 등 규모만을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자체 연구원이나 조사 플랫폼을 운영 중인지 등을 확인하고 IEO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제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STO와 관련해 “미국 와이오밍 주나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에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며 “증권형 토큰의 발행 및 거래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법 제도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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