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투자의견 비율공시제 시행 불구 '매수' 의견 증가…기업 눈치보기 불가피
증시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도 매수 의견을 내놓는 증권사 기업분석 리포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국내 증시 환경이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악재로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 의견 리포트로 오히려 주식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와 기업 간의 관계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투자의견 비율공시제를 시행한 후 4년이 흘렀지만 증권사의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매수' 의견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2015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간 47개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살펴보면 전체 증권사 리포트 중 매수 의견 비율은 75.8%, 보유는 19.0%, 매도는 5.1%였다. 하지만 4년 후 지난해 4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매수 비율은 78.9%, 보유는 16.3%, 매도 4.8%로 매수 의견이 증가하고 보유와 매도 의견은 오히려 감소했다.

투자의견 비율공시제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분석 종목에 대한 매매 의견을 어떻게 냈는지 알려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국내 증권사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리포트 중 매수 의견 비율은 무려 90%를 차지했디. 중립은 9.9%, 매도는 0.1%였다.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 의견 비율이 55.3%, 중립 29.8%, 매도 14.9%로 매수 의견이 절반 정도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율공시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기업의 주식에 대해 매도 평가를 내면 그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 출입이 어려워지는 등 매도 등급을 내리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주 수입원이 채권 인수·기업공개 주관 수수료인 만큼 기업고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보고서를 쓸 때도 기업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증권사 기업분석 리포트를 유료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분석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리포트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회복하자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에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를 상업적으로 써도 되겠냐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최근 유료로 리포트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도 리포트 발행 부수 업무 등록에 나서며 리포트 유료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를 유료화 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볼지 모르겠다”며 “투자하는 고객들이 무작정 투자 리포트에 나온 의견대로 따라 가는 것도 아니고 투자 판단에 리포트를 많이 참조하는 편도 아니라 증권사가 유료화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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