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업계에 크라우드펀딩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유치 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오던 크라우드펀딩이 대중 문화 쪽으로 급격하게 번지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크라우드펀딩으로 7일 만에 목표 금액인 5억 원을 조달했다. K팝 가수들의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한 플랫폼 메이크스타는 3개월 만에 9억 원을 끌어 모았고, 올해 투자금만 10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큰 손’만 찾아 헤매던 엔터 업계가 소액 투자자를 통해 신개념 ‘큰 손’을 만들어내고 있다.
 
■ 대중이 ‘큰 손’이다
지난해 말 메이크스타가 기획한 JYJ 김준수와 디자이너 이주영의 협업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7억여 원을 모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5억원을 모으는 데까지 288명의 투자자가 있었다. 걸그룹 스텔라는 미니앨범 제작을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펀딩에서 4,418만원을 걷었다. 당초 목표액은 1,000만원이었지만 4배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현재 진행 중인 나인뮤지스의 화보집 프로젝트는 15일 기준 1,115명이 8,558만원을 모았고 1억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1인당 평균 8만원도 안 되는 액수로 큰 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국경 없는 참여가 더욱 인상적이다. 스텔라의 모금액 중 해외 참여율이 무려 85%에 달했다. 메이크스타에 따르면 중국·일본·미국 등 40여 국가에서 참여했다. 이들은 조만간 한류 최고 스타급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해외 참여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주머니, 어떻게 열었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은 스타 콘텐츠에 ‘제작 참여’라는 형태로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프로젝트에 후원하면 엔딩 크래딧, 특별 한정판 사인 CD 및 DVD, VIP 팬미팅, 콘서트 티켓, 촬영장 방문, 시사회 초대, 쇼케이스 초대, 한정판 MD상품 등을 받을 수 있다.
나인뮤지스 화보집의 경우 명예 제작자 증서, 한정판 화보, 출판물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3만3,000원, 16만5,000원, 33만원 등 금액에 따라 혜택 수위를 달리해 더 많은 투자금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연동해 해외팬들도 수월하게 참여하도록 길을 열었다. 
크라우드펀딩 관계자는 “제작에 참여한 한류팬들은 스타와 더욱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된다. 스타는 자신의 프로젝트 비용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부터 팬들과 교류할 수 있어 1석 2조”라고 설명했다.
 
■ ‘스토리 텔링’이 관건
크라우드펀딩은 1999년 영국 록밴드가 미국 투어 위해 자금 조달했던 것이 시초였다. 2000년대 말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소액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형태로 발전됐다. 목표액에 도달 못하면 아무런 보상을 제공 못받는다는 장치를 통해 소액 투자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국내 엔터 업계에는 지난해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스타와 팬, 창작자와 후원자를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기심과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생산자는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투자자로부터 기획력을 검증 받아 컨텐츠 질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음반 기획사 마케팅 담당자는 “도입 초기에 보인 뜨거운 호기심을 지속적인 하나의 투자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려면 스토리텔링이 더 탄탄해져야 한다”며 “단순히 콘텐츠 구매가 아니라 소액일지라도 왜 투자해야 되는지 극적인 요소를 넣어줘야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메이크스타 홈페이지 캡처

심재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