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 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K팝 역사에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이 쓰이게 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 가수들 가운데 최초로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쳤다. 비틀스, 퀸 등 수많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배출한 영국. 이곳에서마저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라 부르며 환영했다.

■ "'21세기 비틀스'… 누 되지 않겠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는 최근까지 축구선수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 FC(이하 토트넘)의 경기가  열렸다. 토트넘이 홈구장 공사 문제로 웸블리 스타디움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했기 때문.

1일 오후 5시 30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이 이곳에서 경기하는 걸 봤다"면서 "TV로만 보던 공연장에 서게 돼 신기하다"고 밝혔다.

런던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 개최한 방탄소년단.

영국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은 비틀스, 퀸, 마이클 잭슨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간 유서 깊은 장소. 음악을 통한 화합과 전 세계를 흔드는 파급력, 막강한 팬덤으로 '21세기 비틀스'라는 평가까지 받게 된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수식어에 부담감을 보이면서도 비틀스의 나라인 영국에서 이 같이 큰 공연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멤버 RM은 "사실 인기 있는 보이 밴드, 그룹이 나오면 항상 비틀스와 관련된 말을 들었던 것 같다. 2019년에 음악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은 비틀스의 음악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틀스는 혁신을 이룬 분들"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들은 앞서 지난 달 미국 CBS의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서 비틀스를 오마주한 의상과 무대로 화제를 보은 바 있는데, RM은 이 일에 대해 언급하며 "BTS의 철자가 우연히 비틀스의 철자와 맞다 보니 그런 점이 재미있어서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서 존경심을 담은 오마주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말씀(21세기 비틀스)를 해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아티스트에 한 번이라도 비견될 수 있다는 게 과분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슈가는 "21세기 비틀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부담도 된다"면서 "비틀스 선생님, 선배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탄소년단, BTS로서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팝 문화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비틀스의 영향을 인정하고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 걸어갈 방탄소년단의 길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호소하는 인상적인 발언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공연 전 풍경.

■ 변방에서 중심으로… BTS의 '코리안 인베이전'

1960년대 세계 팝 시장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팝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던 미국이 다소 주춤하면서 영국 출신의 4인조 밴드 비틀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 이후 영국에서는 롤링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퀸 등 세계를 뒤흔드는 뮤지션들을 연이어 배출하며 팝 시장의 중심국으로 그 존재감을 크게 세웠다. 이 같은 현상을 일컬어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하기 시작했다.

북미, 남미를 넘어 유럽까지 그간 한류가 쉽게 넘보지 못 했던 국가들에서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방탄소년단. 이들의 행보는 K팝 뿐만 아니라 세계 팝 시장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팝의 본고장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투어를 열며 자리를 다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K팝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에 다른 많은 K팝 스타들이 순탄하게 미국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팝의 변방국이었던 K팝의 침공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잇는 '코리안 인베이전' 그 중심엔 방탄소년단이 있다. 하지만 정작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분위기에도 몸을 낮췄다.

슈가는 1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리안 인베이전'과 관련한 질문에 "상상도 못 한 일이었고 꿈꿔 본 적도 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 아직도 꿈에서 사는 기분이다.  먼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K팝 문화를 사랑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또 "최초로 하는 일이 많아 부담감도 있지만 잘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는 게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분들이 한국 문화를 사랑해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다른 멤버 진은 "언어를 배운다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든 일 아니냐"면서 "우리의 음악을 듣고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인사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인 관객들.

K팝 사상 최초, 최고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인 만큼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멤버 지민은 "계속해서 공연을 하다 보니 문득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공연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응원해 주는 팬 분들과 좋은 음악, 시너지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유지해 나가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짚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오는 7일~8일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를 지나 다음 달 6일~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서 공연을 펼친 뒤 같은 달 13일~14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스타디움 투어의 마침표를 찍는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웸블리 스타디움 공식 트위터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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