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거래소, 메릴린치-시타델증권 제재안 검토중...초단타매매로 시장교란
한국거래소가 메릴린치 등 외국계증권사의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한국거래소가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초단타매매 등을 통한 시장교란행위를 향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초단타매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1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주식매매 주문을 수천 번 반복하는 방식의 알고리즘 매매 기법 중 하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시장감시위원회를 개최해 초단타매매로 국내 증시를 교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메릴린치는 미국 시타델증권의 초단타매매를 위한 국내 거래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앞서 규율위원회를 열고 메릴린치에 대해 제재금 또는 주의·경고 등의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시장감시위원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시타델증권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시장교란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는 메릴린치의 초단타매매 행위가 거래소 시장감시 규정 제4조 '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 금지' 중 특정 종목의 시장수급 상황에 비춰 과도하게 거래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할 우려가 있는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초단타매매는 미리 정해놓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고성능 컴퓨터에 의해 빠른 속도로 주문이 자동으로 실행되는데 주식 거래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 나스닥의 경우 주문속도는 최고 143μs(0.000143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초단타매매는 실제 주문이 체결된 가격과 주문 호가상의 괴리 등을 이용해 그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의 등락과 무관하게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 의해 반복된 자동주문이 짧은 시간 내에 한 방향으로 몰릴 경우 시장 가격을 조정,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불공정거래의 여지가 많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메릴린치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통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초단타매매를 실행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특혜룰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초단타매매에 대한 비판과 메릴린치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의 투자자는 "메릴린치가 나타나면 십중팔구는 변동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메릴린치가 대형펀드 몇 군데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퀀트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계해 특정 신호가 나타나면 매수하고, 이 신호가 사라지면 매도하는 식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퀀트매매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타매매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메릴린치가 한몫을 크게 하고 있는 셈"이라며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의 영업을 취소시키는것이 '실천하는 경제 민주화'"라고 주장했다.

다른 투자자 역시 "(메릴린치 창구에서) 특정 주식을 매일 같이 사고팔고를 반복하면서 주가를 조작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메릴린치 창구를 철저히 조사해서 공정한 주식시장 질서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시장의 목소리를 감안한듯 거래소는 메릴린치와 메릴린치를 통해 주문을 낸 시타델증권에 대한 제재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안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며 "시장감시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제재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