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니클로, 과거부터 줄곧 국민 정서 건드는 도발 자행
지난 11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오래 가지 않을 것" 폄하…결국 '사과'
유니클로/김아름 기자

[한스경제 김아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글로벌 광폭 행보로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사면초가 위기에 내몰렸다. 한일 합작사 유니클로의 연일 계속되는 도발 때문이다.

그간 유니클로는 욱일기 광고를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내 여론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도 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언급,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급기야 일부 지분을 지닌 롯데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18일 유니클로와 롯데 등에 따르면 SPA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결산 발표 가운데 있었던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오카자키 다케시 페스트리테일링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오카자키 CFO는 당시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결산 설명회에서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가뜩이나 성난 국내 여론에 부채질을 했다.

결국 유니클로에 지분을 가진 롯데도 진화에 손을 보탰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을 통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롯데와 에프알엘코리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에서 한일 합작사를 설립, 유니클로를 국내로 들이며 수백억 원의 돈뭉치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줄곧 반일 감정을 촉발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비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한국 패션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매출 1조 원 달성 등 6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 속 국내 패션 시장이 부진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해당 브랜드에 지분 51%를 차지(롯데쇼핑 49%)해 매년 높은 수준의 판매 이익을 챙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기준)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1% 성장한 1조373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2344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국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모두 일본 본사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로열티와 지분에 대한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백억 원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2018년 회계연도 기준 유니클로는 총 947억 원을 주주에게 현금 배당했으며 지분율에 따라 패스트리테일링은 482억9700만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로열티로도 148억 원 추가로 지급 받았으며 일본 본사 유니클로 주식회사에도 288억 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잠잠할만 하면 일으키는 도발도 문제다.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가 역사와 더불어 정치, 경제적으로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번 씩 이를 건드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문제로 꼽히는 것은 욱일승천기 문양의 광고다. 욱일승천기, 즉 전범기라도 불리는 이것은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당시 사용한 것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상징물과 같다.

유니클로는 수년 전 일본 과자 회사와 협업을 하는 가운데 전범기 문양의 티셔츠를 제작한 바 있다. 이후 2013년에는 욱일기 이미지를 작품에 대거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회를 후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5월 19일 감사제 행사 광고에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종이비행기가 등장했다.

또다른 전범 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와 협력 관계도 문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미쓰비시와 함께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시장 법인인 '유니클로 러시아' 지분 일부를 미쓰비시에 판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지난 2015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당시에는 1년이 넘은 재고품을 비싸게 팔아 소비자들을 우롱했다. 당시 1만4900원에 구매한 티셔츠의 가격표 스티커를 떼보니 원래 가격은 1만2900원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생산연도가 다른 제품을 섞어 팔아 빈축을 샀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기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지적했으나 유니클로는 모양과 소재가 같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비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유니클로의 이같은 행보는 롯데에 어떠한 득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롯데=일본 기업' 이라는 인식만 심을 뿐이다.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롯데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고자 호텔롯데 상장 등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씩 터지는 유니클로 문제는 독이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씻기도 전에 유니클로 사태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니클로가 이번을 계기로 정치, 역사, 이념 등에 더욱 심사숙고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국민들 의식이 갈수록 깨어나고 있기에 1조 원 매출 신화가 계속될 것이란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롯데쇼핑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불발, 어떠한 의견도 듣지 못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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