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문정파크하비오지점서 고객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서민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은행이나 금융감독원 등 여러 기관을 사칭하며 정부 저금리 대출 알선 등을 빙자해 서민들의 돈을 편취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만 무려 4440억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고객의 소중한 돈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은행 직원들이다.

실제로 지난 6월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의 이철호 팀장과 문정파크하비오지점의 문효석 부지점장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현금 3000만원을 송금한 고객 김모씨의 돈을 지켜냈다.

당시 보이스피싱 일당은 국민은행을 사칭해 김씨에게 정부지원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카드사에서 대출받은 후 바로 상환하면 정부지원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믿은 김씨는 보이스피싱 일당과 통화 후 금융기관 앱으로 위장한 해킹앱을 설치하고 지시에 따라 카드사에서 카드론(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대출받은 돈을 사기범이 지시한 가짜 법무사 계좌로 송금했고, 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는 이를 이상거래로 포착했다. 김씨의 송금이 보이스피싱 일당의 사기임을 간파한 이철호 팀장은 즉시 김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김씨의 휴대폰이 앞서 설치한 해킹앱으로 인해 좀비폰이 돼 국민은행에서 오는 전화를 차단한 것.

하지만 이 팀장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은행 전화가 차단된 것을 눈치 채고 바로 개인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이 팀장은 김씨에게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고지하고 인근 국민은행 지점을 방문해 거래 내역을 직접 확인할 것을 권했다.

이에 김씨는 국민은행 문정파크하비오지점을 방문해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했음을 알게 됐다. 김씨의 송금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것임을 확인한 문효석 부지점장은 즉시 가짜 법무사의 계좌를 동결요청했고, 김씨의 돈을 지킬 수 있었다.

김씨는 "자칫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 했으나 국민은행 직원들의 신속한 응대와 조치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보이스피싱을 막아주신) 두 분께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이상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팀장 역시 "최근 대출을 핑계로 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금융사 앱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경우에도 평소 전혀 거래가 없던 사람(사기범)에게 대출금을 전액 송금한 것을 발견하고 보이스피싱이라고 판단하고 고객에게 거래목적, 용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에게 은행에서 대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은행말을 믿지 말라거나, 전화를 받지 말라고 속이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들에게 직접 은행지점을 방문해서 거래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것을 조언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은 물론 대출 빙자 사기에 대한 고객 인식 확산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을 사칭한 사기 문자의 내용이 정교해지고 있어 실제 은행에서 보낸 문자와 구분이 쉽지 않다"며 "사기 문자에 응하는 고객에게 불법 앱을 설치하도록 해 본인 몰래 대출을 받거나, 국가기관이나 금융회사로 전화를 해도 범죄자에게 연결되도록 조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금이라도 문자의 내용이 의심스럽다면 절대로 문자를 보낸 전화번호로 연락하지 말고, 해당은행 대표번호나 가까운 영업점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대출 문자를 받았을 경우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해 실제로 은행에서 보낸 문자인지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총 4만8743명으로, 일일 평균 134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일 평균 피해액은 12억2000만원, 1인당 평균 피해액은 91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로 유혹해 수수료 등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피해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화가로채기’ 앱 등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가 나타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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