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가 내린 확정 결정이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정하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가 내린 확정 결정이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에 의해 구성된 분쟁심의위가 한 '확정된 조정결정'의 효력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분쟁심의위는 교통사고 과실을 객관적으로 따져 소송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손해보험협회에 설치된 기구다.

대법원 2부는 삼성화재가 심의위 결정에 반발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심의위가 결정한 과실 비율은 민법 상 효력이 있어, 법원이 이 결정과 달리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운전자 A씨는 지난 2014년 3월 부산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 보행자를 보고 멈췄는데, 뒤따라 좌회전 하던 B씨가 이를 뒤늦게 보고 그대로 A씨 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 보험사인 현대해상은 보험금 약 202만 원을 지급한 뒤, 분쟁심의위에 A씨의 보험사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 심의 청구를 했다. 심의위는 A씨 과실을 30%, B씨 과실을 70%로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심의위가 최종 결정한 136만 원 상당을 현대해상에 낸 뒤, 다시 법원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운전자 A씨에게 어떤 과실도 없어, 심의위 결정으로 지급한 돈은 반환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현대해상은 "심의위원회 결정통보서를 받고 14일 안에 재심의 청구나 제소를 하지 않으면 결정이 확정된다"면서 소송이 결정 통보 14일 이후에 제기된 만큼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삼성화재 손을 들어줬다. 현대해상이 삼성화재에 136만 원 중 95만 원 상당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 상 과실이 없었다는 점과 '자동차보험 구상금 분쟁 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동차보험 구상금 분쟁 상호협정은 보험사업자나 공제사업자 사이 분쟁을 합리적·경제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체결됐다”며 “조정결정은 합의 성립과 동일 효력이 있고,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하거나 조정결정을 미이행하면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현대해상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심의위는 삼성화재 측 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하는 조정결정을 했고 확정됐다”며 “현대해상이 조정결정에 따라 구상금을 지급받은 것은 정당하고, 원심은 상호협정에 따라 확정된 조정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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