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배우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흔히들 ‘인생작’이란 표현한다. 에릭에겐 ‘또 오해영’이 그렇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극중 서현진과의 로맨스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에릭은 그러한 ‘인생작’의 종영이 아쉽기만 하다. 꼭 인기뿐 아니라 그 어떤 캐릭터보다 쉽고 깊게 빠져들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에릭이 연기한 ‘박도경’은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20년 가까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에릭도 겪고 있는 부분이다. 상처가 반복될수록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신화 멤버 밖에 없었다. 드라마 속에선 오해영이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사람이었다. 에릭도 현실 속에서 ‘오해영’ 같은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의미있는 작품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아쉽고 좀 더 했으면 좋겠다. 100부까지 하고 싶다. 배우들끼리는 주 1회면 100부까지 할만 하다고 얘기한다.”
 
-호평을 많이 받았다.
“기운이 다른 현장이었다.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막내 스태프까지 다 ‘으쌰으쌰’ 했다. 시청자들도 같이 기운을 받아 의도하지 않았던 장면까지 확대 해석을 좋게 해줬다. 다 같이 만들어 간 느낌이다.”
 
-서현진과 호흡은 어땠나.
“아주 잘 맞았다. 원래 여배우들과 종방연쯤 편해지는데 서현진도 그렇다고 다들 얘기했다. 그런데 의외로 빨리 친해졌다.”
 
-친해진 계기가 따로 있었나.
“둘 다 굉장히 자기 캐릭터에 많이 빠졌다. 일부러 드라마 초반에 무리해서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드라마 상으로 친해졌을 때도 일부러 노력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두 ‘오해영’ 중에 전혜빈 대신 서현진을 택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누구를 선택했겠나.
“상황만 보면 서현진이다. 결혼식을 망치고 떠난 여자(전혜빈)이고 가족 전체에 피해를 줬는데 다시 보기 힘들다. 그 전부터 사랑이 떠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한테 더 충격을 것이다.”
 
-캐릭터 몰입도는 어땠나.
“큰 트라우마가 있고 감추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처가 많아 받기 싫어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살았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나도 그렇다. 연예계에서 활동을 오래하다 보니 매니저나 가수 동료라든지 친하게 지낼 만하면 없어졌다. 터놓고 가까워지면 떠났다. 결국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멤버밖에 없더라. 그 다음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굳이 친해지려고 안 한다. 그게 도경과 맞닿았다. 극에선 그 부분을 풀어주는 사람이 그냥 오해영이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겠나.”
 
-서현진과 격렬한 벽 키스신이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바람둥이 역할이 많아 키스신 없는 날이 없었다. 이번엔 계속 안 나오다가 8~9회쯤 나오는데 부담이 많았다. 다른 커플이 먼저 너무 강도 높게 키스신을 보여서 걱정이었다. 잘 살려야 하는 긴장감에 서현진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촬영은 한 번에 성공했다. 매를 세게 맞고 나니 감정에 충실해질 수 있었고 이후 키스신은 조금 더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마지막회 소파 키스신은 주도했다고 들었다.
“몇 번 하다 보니 대충 말해도 서현진과 잘 통했다. 작가가 현장 동선을 잘 모르니 내게 맡겼다. 마지막 키스신은 다른 부분은 상의한 게 없었다.”

 
-극처럼 실제도 ‘츤데레’ 스타일 같다.
“박도경이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 스타일이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굳이 여자에게 내색하지 않는 게 멋지다. 내색은 나를 위해서 아니겠나. 티 안내고 보살펴주는 느낌이 좋다.”
 
-실제 이상형은.
“계속 바뀌어서 이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외적인 것은 바뀌어도 목소리랑 말투는 안 바뀐다. 다정한 말투, 강하거나 너무 높지 않고 빠르지 않은 말투가 좋다.”
 
-그 동안 작품 크레딧에 문정혁으로 많이 표기됐는데 이번엔 에릭 그대로다.
“사실 처음에 가수 느낌이 극을 방해하지 않길 바라는 의도였다. 어느 순간 문정혁이나 에릭, 나누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문정혁이라고 한들 에릭으로 본다. 이번에 제작진이 에릭으로 썼을 때 굳이 수정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으로 남은 만큼 다들 아쉬움이 크겠다.
“드라마가 안 끝나길 바랐다. 같이 일한 사람들 못보고 방송도 못 본다는 아쉬움이 크다. 다른 작품을 빨리 못할 것 같다고 다들 말한다. 그 동안 작품하면서 지금처럼 합이 잘 맞는 배우들과 현장을 못 봤다. 배우로서 ‘인생작’이 쉽지 않은데 이후에는 이것보다 못할 것이 분명해 다들 아쉬워한다.”
 
-또 만나면 되지 않나.
“촬영할 땐 계속 봐야 되고 보게 되고 계속 서로 얘기해야 될 거리가 있다. 종방연 끝나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자주 보자고 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 결국에는 이렇게 좋았던 현장과 사람들, ‘조금씩 멀어지겠지’하니 아쉽다. 그나마 최대한 오래 연락할 것 같지만 지금처럼 쉽지 않겠지….”
 
-다음 작품을 정할 때 ‘또 오해영’ 배우들이 많은 영향을 미치겠다.
“서현진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톱스타는 사실 조금 까칠하고 안하무인 식으로 나와야 잘 될 때가 있다. 착하고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어필을 못해 주목 받기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이 지금 주목 받고 있다. 더 알려졌으면 좋겠고 잘 되길 바란다. 좋은 사람들이 잘돼서 너무 좋다.”

사진=E&J엔터테인먼트 제공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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