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56)로 특정됐다. 무려 33년 만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사건들이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되며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용의자 특정에도 한 몫을 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살인의 추억’부터 ‘시그널’까지..재조명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콘텐츠

tvN '시그널' 포스터.

화성연쇄살인사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콘텐츠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다.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봉 감독이 1년 가까이 현지 주민은 물론 전담 수사팀, 취재기자까지 두루 섭렵하며 조사하다 만든 작품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실제 범인과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며 연기 지도를 했다.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등이 출연한 영화로 개봉 당시 5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방송가들은 다시 ‘살인의 추억’을 편성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OCN, 채널 CGV에서 전파를 탔다.

또한 ‘살인의 추억’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서 다시 뜨는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인터넷 TV(IPTV)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려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KT는 ‘살인의 추억’ VOD 시청 건수가 17일 대비 19일 약 255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도 17일 기준 19일에는 50배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타 방송사들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편성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19일 공식 트위터에 “1986~1991년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1994년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살해한 뒤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이모씨(56)에 대해 잘 아는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고 알렸다.

‘살인의 추억’ 뿐 아니라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드라마 ‘시그널’(2016) ‘라이프 온 마스’(2018) 등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다. 그 중 ‘시그널’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경기 남부 연쇄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큰 틀이 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채널 O tvN에서 20일 13~16회가 다시 방영됐다.

■ 미제 사건 다룬 콘텐츠, 대중 관심 촉구 역할

영화 '그놈 목소리' 스틸.

이처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콘텐츠들이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경찰의 재수사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는 곧 문화 콘텐츠의 순기능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외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 미제 사건들도 있다.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2007)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말미에는 실제 범인의 목소리가 삽입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1991년 발생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2011) 역시 해당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다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미제 사건들의 콘텐츠화는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을 다시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미제 사건들이 영화화되며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건 좋은 영향”이라면서도 “다만 피해자 유족들과 충분히 긴 대화를 거친 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끔찍한 묘사는 유족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고통은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탄탄한 구성이 아닌 단순히 관심 끌기 위주의 콘텐츠라면 재수사는 물론 대중의 비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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