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면서 찾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그린 영화 ‘아워 바디’(26일 개봉)에서 최희서의 열연은 가히 눈에 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영화 촬영이 끝나고도 꾸준히 달린다는 최희서는 “달리기는 참 좋은 운동 같다. 뛰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어 “뭔가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영화 홍보도 잊지 않았다. 8년의 무명생활을 견디고 ‘동주’(2015) ‘박열’(2017)에서 빛을 발하며 충무로의 샛별이 된 최희서. 실제로도 소신 있는 행동으로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그는 “데뷔한지 10년이 됐다. 그 동안 온전히 일직선으로 달려왔다”고 웃었다.

- ‘아워 바디’는 한 여성의 삶을 성찰한 작품이다. 어떤 점에 끌렸나.

“굉장히 독특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달리기 영화이기도 하지만, 30대 고시생이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8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했다. 영화 속 자영처럼 막막했다. 자영과 비슷한 감정을 겪었던 것 같다.”

- ‘박열’ 이후 상업영화에서 러브콜이 많이 왔을 텐데 저예산영화를 택한 이유는.

“솔직히 그렇게 (러브콜이) 많이 오진 않았다. (웃음) 물론 예전에 비하면 감사할 정도로 시나리오를 많이 받긴 했다. 출연 제안을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시나리오는 여태껏 내가 보지 못한 작품이었다. 평범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성장 과정을 다룬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는 점도, 한국여성이라는 점도 좋았다.”

-자영과 비슷한 감정을 겪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힘든 시기가 있었나.

“공무원 시험과는 다르지만 자영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연기자가 되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딱 맞는 배역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알려진 배우가 아니면 더 그렇고. 아무도 날 알아봐주지 않을 때 연극이나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게 28살, 29살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만든 연극을 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신연식 감독님이 나를 보고 ‘미팅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게 ‘동주’로 이어졌다.”

-자영은 현주라는 인물을 동경한다. 동경의 대상이 있나.

“대학교 다닐 때 동경하던 여선배가 있었다. 배우 활동을 할 때도 동경하는 여배우들이 있다. 그래서 자영과 현주의 관계가 쉽게 다가왔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동경하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 혹은 불만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 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과 후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살을 찌우고 뺐나.

“사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제작비 여건 상 이미 몸을 만든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후줄근한 츄리닝 안에 복근이 있었다. (웃음) 고시생일 때는 일부러 살쪄보이게 했다. 거북목을 만들려고 뭘 넣고, 복대를 차기도 했다. 워낙 케이크나 빵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다 끊었다.”

-늘 도전에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인 것 같다. 진취적인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캐릭터에 끌린다. 자영은 본래 진취적인 여성은 아니지만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앞으로도 그런 캐릭터에 계속 끌릴 것 같다.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찾아가는.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골라서 하는 것 같다.”

-자존감이 높은 편인 것 같은데 자존감이 낮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나는 근본적으로 ‘잘 될 거야’라는 주문을 늘 외우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라기보다 이 정도로 노력을 하면 뭐라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랐다. 자영이 같은 경우는 완전히 절망적이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려웠다. 나는 항상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쉬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집에서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좀이 쑤신다.”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프로듀서인 개리 포스터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인데.

“미국 해외 진출을 계획한 건 아니다. 1년 6개월 전부터 에이전시와 함께 미국 쪽 오디션을 한 두 편정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본 작품이 이 작품이다. 촬영 날짜가 나온 게 아니라 구체적인 영화 이야기는 못 한다. 재미동포가 주인공이고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저예산 멜로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영화 개봉과 함께 결혼 소식을 알렸다.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

“내 무명시절부터, 학창시절부터 함께해 준 동갑내기 친구다. 언제나 응원해줬다. 굳이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다. 항상 힘이 된다. 오래된 친구다.”

사진=웅빈이엔에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