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홍승성 회장이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건강 악화 이후 계속된 실적부진, 포미닛 재계약 불발 건으로 촉발된 사내 갈등에 손을 들었다.

큐브 내홍의 시작은 지난달 20일 6월 정기 이사회에서 통과된 박충민 대표이사의 조직 개편안이었다. 홍 회장의 측근이 자회사로 발령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즉각 이의 제기를 했고 그 과정에서 현아의 솔로, 펜타곤의 데뷔 준비가 중단됐다. 지난 21일 열린 큐브엔터테인먼트의 7월 정기 이사회에서 홍 회장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홍 회장은 “떠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떠나는 홍 회장
홍 회장은 이사회가 열린 다음날인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외적으로 큐브와 작별인사를 보냈다. 그는 “분신과 같았던, 인생의 전부를 걸었던 큐브라는 곳을 떠나게 됐다”며 “그 동안 ‘홍큐브’로 불리며 큰 사랑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투병 중에도 일할 때만큼은 가슴 벅차게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낀 저는 평생 ‘음악으로 주는, 사람으로 주는 감동’만 생각해왔다”며 “큐브를 떠나서 앞으로 어떤 하루를 맞이하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표현했다.

또 “많은 분이 마음 아파하는 큐브라는 울타리의 문제점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가 없는 큐브도, 우리 모든 아티스트 식구들도 여전히 뜨겁게 응원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갈등의 배경
큐브는 코스닥 상장 이전까지 홍 회장 소유의 회사로 통했다. 연예인 전속계약이나 매니지먼트, 외부 투자 등을 홍 회장 주도로 진행해왔다.

그러다가 2013년 iHQ의 전략적 투자제휴를 끌어오며 165억원에 큐브 지분 절반을 넘겼다. 이후 iHQ는 2015년 4월 큐브가 상장될 당시 35%의 지분율(904만여 주)로 1대 주주에 올랐다. 큐브는 상장과 동시에 박충민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홍 회장은 15.59%(400만여 주)로 큐브의 2대주주였다. 설립자에서 주요 주주로 위치가 달라진 셈이다.

최대주주인 iHQ는 큐브의 경영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운영을 이사회 중심으로 끌어가는데 주력했다. 홍 회장도 사내이사로 등록됐고 등기임원 회장으로 올렸다. 줄곧 ‘대표’로 불리다가 ‘회장’으로 표현된 게 이 때부터다.

그러나 큐브는 상장 이후 주춤한 실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억1,295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큐브의 간판인 비스트와 포미닛이 잇따라 잡음으로 신음했다. 비스트는 멤버 장현승이 지난 4월 팀을 탈퇴했고 포미닛은 해체됐다. 포미닛의 경우 현아를 제외한 네 멤버와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공중분해됐다.

게다가 홍 회장 주도로 포미닛의 해체가 결정됐다고 알려지면서 사내는 시끄러워졌다. 가뜩이나 부진한 실적으로 불협화음이 생긴 홍 회장과 이사회 간에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결국 이사회는 박 대표가 제시한 조직 개편 및 인사 발령건을 승인했다. 조직 개편의 취지는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정상화였다. 하지만 홍 회장은 조직 개편안에 최측근의 자회사 발령이 포함되자 즉각 반발했고 이의를 제기했다.

■ 큐브, 어떻게 되나
홍 회장은 자신의 이의제기에 침묵한 이사회 결정을 별다른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 적잖은 기간 갈등을 지켜본 가요 관계자 사이에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홍 회장은 이사회 이튿날 대외적으로 퇴임을 알렸다.

일찌감치 홍 회장이 이별을 준비했다는 소문도 있다. 홍 회장은 지난 12일 큐브 보유주식 10만주를 주당 2,506원에 장내매도 했다.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오히려 지분을 팔았다.

홍 회장이 큐브를 떠나 새로운 기획사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큐브로서는 주요 인력과 아티스트 유출이 동반될 수 있는 가설이다.

우려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큐브는 2010년 이후 SM·YG·JYP 등과 함께 거론되는 대형 기획사로 성장했다. 현재 상장사 2개사와 비상장사 7개사가 촘촘하게 연결된 구조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티스트 거취 문제를 놓고 보면 폭풍전야와 유사하다”며 “민감한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흔들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OSEN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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