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자 만족 및 신뢰 제고…빅데이터·알고리즘 개발 활용
LG전자 식품과학연구소 연구원이 김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 양을 측정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 “전반적으로 청량감이 높고 물맛의 구강 촉감이 좋으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깨끗하네요”

# “밥솥으로 쌀을 20분 가열하면 밥맛이 어떤지, 20분이 넘으면 밥맛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 `밥솥학`에 대해 공부합니다“

# “’한국인의 밥상에 항상 올라오는 김치가 매일 한결같이 맛있으려면?’이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연구 개발을 진행해요”

와인 맛을 평가하는 와인소믈리에는 보편화되었지만 ‘워터 소믈리에’ ‘밥 소믈리에’ 등은 아직까지 생소하다.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가전업계는 물맛이나 밥맛, 김치맛을 평가하는 전문가나 연구원들을 대거 확충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정수기·밥솥·김치 냉장고 등의 맛이나 품질, 기술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소’ 설립을 늘리고 있다. 트렌드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화 된 기술 연구로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가전업계의 노력이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어찌 보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밥, 물, 그리고 김치까지 일반인들이 그 맛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에게는 그 미묘한 차이를 이끌어 내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만족과 신뢰를 주는 것이 시장을 선도하느냐 마느냐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정수기와 김치냉장고를 쓰고 있는 한 소비자는 “글쎄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10년 넘게 쓰던 제품들이라 맛이 익숙해진 것도 있구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소비자가 더 윤택한 생활을 하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면에서는 더 믿음이 가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라며 가전업계의 연구소 설립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전업계는 이려한 노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으며,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 중이다.

우선 LG전자의 ‘LG DIOS 김치톡톡’는 스탠드형 제품 기준 전년 성수기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현재 성수기 시즌 판매 증가로 LG전자 공장 라인은 풀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지난해 창원 R&D센터 내 ‘식품과학연구소’를 개소하고 식품 보관, 발효, 조리기술 개발 등 주방가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 투자를 진행했다. 식품과학연구소의 대표적인 연구 상용 사례가 ‘LG DIOS 김치톡톡’의 ‘NEW 유산균김치+’모드다.

LG전자는 일명 김치유산균이라 불리는 ‘류코노스톡’을 성장시키고 보존하기 위한 최적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내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이런 노력 끝에 개발된 LG 김치냉장고만의 고유 기술인 ‘NEW 유산균김치+’는 류코노스톡이 잘 자라는 온도인 6.5℃를 유지해 김치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발현되게 만들었다.

김치냉장고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한 이슬기 LG전자 선임연구원은 “김치냉장고의 섬세한 보관온도모드를 개발하기 위해 김치 종류별로 2톤씩은 소비한 듯하다”며 “보관 기간에 따라 김치 품질평가 및 관능평가를 한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코웨이 물맛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코웨이 제공

웅진코웨이는 올해 1월 서울 관악구 소재 코웨이 R&D센터에 물맛 연구소를 열었다. 물맛 연구소에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한국수자원공사 공인 워터소믈리에와 미국수질협회(WQA) 공인 물 전문가(CWS) 등 물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연구원 45명이 소속됐다.

웅진코웨이는 물맛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수기 물맛 속성 정의 ▲정수기 필터 성능에 따른 물맛의 연관성 과학적 입증 ▲정수기만의 맛있는 물맛 기준 수립 등의 연구활동을 진행한다.

아울러 웅진코웨이는 지난 1993년 설립된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전 세계 물 관련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제품 개발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선용 연구소장은 “그동안 축적한 물 관련 빅데이터를 수치화한 ‘물맛지수’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첸은 지난 1월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공장 내에 '밥맛연구소'를 출범했다. 밥 소믈리에를 비롯해 쌀·밥에 대한 전문 지식, 설계 기술을 갖춘 연구원 30명이 소속됐다. 밥맛 알고리즘 연구와 알고리즘을 최상으로 구현하는 제품 설계 등을 진행한다.

쿠첸은 밥맛연구소를 통해 ▲식문화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밥맛 개발 ▲산학기관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 활성화를 통한 밥맛의 정량화 및 기준 정립 ▲유아기, 장년기, 노인기 등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밥맛 제시 등의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영 쿠첸 밥맛연구소 알고리즘팀 파트장은 "최근 냉동밥의 해동과 잡곡밥 등 밥솥 사용 패턴이 다양해졌다"며 "트랜드 분석과 신메뉴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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