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검토
기업은행 노조,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반대...대규모 집회 예고
일각선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 등 내부인사 후보로 거론
한국노총과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가 지난 18일 정부의 기업은행장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금융노조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의 임명을 반대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전 관료출신 인사를 차기 행장으로 고려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기업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내부 인사검증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수석은 1956년생으로, 덕수상업고등학교와 국제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행정고시 21기로 공직에 입문, 재정경제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냈다. 현 정부에선 초대 일자리수석을 맡아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보다 행시 6기수 선배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미 청와대의 낙하신 인사를 우려해왔던 노조 측은 지난 18일 기업은행 을지로본점 앞에서 노조원 100명이 참가하는 반대집회를 열었다. 기업은행 노조는 앞선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날 한국노총과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는 성명을 통해 "청와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닫고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이토록 저항하는 낙하산을 내리꽂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기업은행장은 낙하산을 내려 보내지 않았다"며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도진 행장을 비롯해, 앞선 조준희, 권선주 전 행장 모두 기업은행 내부 출신 인사다. 특히 현 김도진 행장의 경우 은행업 전반에 관한 전문성은 물론 기업은행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최근 기업은행의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의 최근 실적 역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2조283억원, 2조39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특히 김 행장 취임 첫해인 2017년엔 전년대비 5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늘었다.

반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 전 수석의 경우,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관료 출신 인사다. 그간 연이은 내부 출신 행장과 함께 성장세를 이어온 기업은행 임직원들에겐 달갑지 않은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무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만약 정부가 반 전 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할 경우, '출근 저지' 투쟁도 불사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노조도 민주당과의 정책협력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보은인사로 공공기관장이 임명되는 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분노하던 인사적폐 그 자체"라며 "적폐 청산을 목표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다면 오는 27일 광화문에서 1만여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은행 내부 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과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등도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임상현 수석부행장의 경우 앞선 행장들과 같은 내부 출신으로, 은행업 전반에 대한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수석부행장은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후 뉴욕지점장, 경영전략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지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차기 기업은행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인 만큼, 남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은 여타 시중 은행들과 달리 행장 선임을 위한 행장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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