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주병’, 조부모 정신건강 득 될 수 있어…손자녀 육아 참여 평균연령 63.5세
계명대병원 김대현 교수팀, 손자녀 있는 4784명 분석 결과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나이 들어서 자녀 대신 손자·손녀를 돌보면 신체적으론 힘들어도 우울증 위험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손주병’이 조부모의 정신 건강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대현 교수

24일 계명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팀이 2006년과 2008년 노동부의 고령화 연구패널조사(KLoSA)에 참여한 45세 이상 중·고령층 4784명을 대상으로 손자·손녀 육아와 우울증의 상관성을 추적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전체 연구대상 중 148명(3%)이 손자녀 육아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5세, 남녀 비율은 15% 대 85%였다. 김 교수팀은 이들과 손자녀 유아에 관여하지 않은 4636명의 우울증 점수 등을 비교했다.

손자녀를 육아 중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점수(CES-D 10 점수)가 현저히 낮았다(3.3점 대 4.4점). 우울증 유병률도 손자녀를 육아 중인 사람 25%, 그렇지 않은 사람 4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팀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손자녀 육아를 하는 조부모가 우울증을 가질 위험은 손자녀 육아를 하지 않는 조부모의 0.57배였다.

김 교수팀은 “손자녀 육아에 참여 중인 조부모의 우울증상 수준이 낮았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며 “손자녀 육아가 조부모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부모의 손자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 부담감, 노동 강도가 너무 심하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가족 구성원의 경제적 지원과 심리적 지지, 가족관계 증진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팀은 강조했다.

손자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있으면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에 따른 정신적 부담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손자녀 육아와 관련해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비율이 48.9%에 달했다. 개인 양육 지원 서비스를 받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16.3%였다, 개인 양육 지원 제공자의 83.6%가 조부모였다.

이 연구결과(‘한국 성인에서 손자녀 육아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2012년 황혼 육아로 육체·정신적 질병을 얻은 상태를 일컫는 ‘손주병’을 신조어로 추가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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