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문가, 12.16 대책 적중 vs 조정장 '전조' 평가 엇갈려
호가도 급락…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 가능성 제기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세가 움츠러들고,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책 발표 이후 불과 1주일여 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12.16 부동산 대책이 적중했다는 평가와 함께 조정장의 '전조'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12.16 부동산 대책 효과로 인한 현상으로 보긴 힘들며, 매수자와 매도자간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규제 발표 전까지는 문의가 있었는데 발표 이후로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호가도 내려갔다.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 플랫폼에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주택형이 매매가 20억원에 등록돼 있다. 동일한 금액에 등록된 매물만 8개에 이른다. 종전 호가 대비 1억~2억원 줄었든 수치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측의 설명이다. 같은 주택형은 이달 실거래가 21억150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2억원 가량 크게 가격을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붙질 않고 있다.

최근까지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며 상승세를 이끌던 잠실동엘스아파트에서도 2000만~3000만원 가량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찬기지로 매수 문의는 뜸한 모습이다.

현지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가 강화되면서 매물을 들고 있기 부담된 사람들이 내놓는 것 같다"며 "그런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실종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현상을 두고 12.16 대책이 적중하면서 나타난 집값 조정의 전조 신호라고 해석한다. 앞서 지난 2018년 9·13 대책 당시에도 시장이 비슷한 현상을 내보이다 하락세로 돌아선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일주일만에 잠실 주공5단지와 은마, 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권 주요 단지의 호가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크게는 억대로 떨어졌고, 거래도 끊겨 한동안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졌다. 이후 한달만에 강남3구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며, 서울 주택가격은 11월 2주부터 32주간 하락을 거듭했다.

이번 시장 상황이 집값 조정의 전조 신호가 아니겠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9·13 대책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순 비교해 보더라도 12·16 대책은 9·13 대책과 닮은 부분이 많다.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규제 시행 직후 나타난 시장 상황이 판박이인 데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동일하다. 규제 내용도 비슷하다. 두 대책 모두 수요와 소유를 억제하는 게 주요 골자였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를 중과했고,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막았다. 규제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강남권 등의 초고가 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강도 높은 규제를 가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고,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도 강화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를 장기적으로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집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시장 상황을 조정장의 시작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매도자가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매물을 내놨다가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2.16 부동산대책 단기간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일시적으로 나오는 매물은 10년 보유한 주택이 양도세 중과배제적용 매물이거나 자금력이 부족한 투자자 매물로 판단된다"며 "아직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시장에 물건을 내놓고 다시 들이는 등 눈치싸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급매물이 나오고 거래량이 줄었다고 이제 조정장에 접어든다고 보긴 어렵다"며 "시장에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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