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건축 단지 급매물 속출하고 17주만 하락 전환
전문가 "신축 규제 대응 여력 충분…비수기인 탓"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문재인 정부가 12.16 대책을 시장에 내보인 뒤 서울 집값의 상승폭이 줄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에서 시세 대비 수억원 빠진 급매물이 출현하기 시작하는 등 약효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집값이 조정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대비 0.07% 상승했다. 지난달 16일 0.20%을 기록한 이후 3주 연속으로 오름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강남4구는 집값 오름폭이 지난주 0.07%에서 0.04%로 줄었다. 구별로 같은 기간 서초구가 0.04%에서 0.02%로, 강남구는 0.09%에서 0.05%로, 송파구는 0.07%에서 0.04%로 각각 상승폭이 둔화했다.

특히 그간 전반적인 서울 집값을 견인해 온 재건축 단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수세가 꺾이면서 호가가 속속 낮아지는 모양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선 대책 직후 전용면적 76㎡가 대책 전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낮은 19억원 후반~20억원 급매물이 풀리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최초로 19억원 짜리 매물이 나왔다. 당초 이 물건은 19억2000만원에 등록됐으나 2000만원 호가를 낮췄다.

재건축 단지의 약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0.03% 하락 전환했다. 작년 8월 30일 이후 17주 만의 하락이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20%로 축소하고, 15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대출을 아예 중단시켜버린 초강력 대책이 어느 정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규제를 기점으로 서울 집값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단지→인근 신축→구축 순으로 하락세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9·13 대책 당시에도 시장이 비슷한 현상을 내보이다 하락세로 돌아선 전적이 있다. 9·13 대책 발표 일주일만에 잠실 주공5단지와 은마 등 강남권 주요 단지의 호가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크게는 억대로 떨어졌다.

이후 한달만에 강남3구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서울 주택가격은 11월 2주부터 32주간 하락을 거듭했다. 이번 시장 상황이 집값 조정의 전조 신호가 아니겠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신축·기축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설명한다. 투자수요가 크게 유입되는 재건축과 달리 신축과 기축은 실수요로 인해 가격 결정이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하락이 서울 집값의 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서울 집값의 상승폭이 둔화되는 것을 두고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두 건의 '급매물' 거래가 낳은 착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2·16 대책 발표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는 총 1900여건에 그쳤다. 반면 대책 발표 직전 지난해 11월 17일∼12월 15일에는 실거래가 신고가 8082건에 달했다. 4분의 1정도로 거래량이 줄어든 셈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건축 단지가 하락전환했다고 서울 집값이 조정된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투자수요로 가격이 결정되는 재건축과 달리 현재 서울 집값은 실수요가 많은 신축과 기축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래량이 80% 이상 줄어들었다"며 "거래 위축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급매가 거래된 것을 두고 시세가 내려갔다거나 집값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신축급 아파트는 시장의 규제 장기화에 대응하기 충분해 매매가를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며 "부동산 비수기로 집값 상승폭이 진정됐을 뿐 다양한 지역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다시 집값 상승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시장 과열 시 정부가 추가 규제를 작동시키겠다고 예고한 만큼 금새 소강상태를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끝없는 부동산 대책을 예고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특정 지역에 대한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언급하면서 초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매매허가제는 위헌적 요소도 있어 실제로 집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김상조 정책실장도 추가 대책에 대해 언급하는 등 추가 대책 시행 여부는 이미 어느정도 기정사실화 된 모습이다. 

다만 추가 대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상되는 카드로는 ▲규제지역 확대 ▲전월세상한제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대책들을 작동시킨다면 한동안 집값이 소강상태로 갈 확률이 크다"며 "다만 지나치게 반시장적 규제로 집값을 억제하게 되면 추후 규제가 완화된 후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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