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 선물 세트(2병)가 롯데백화점에서 91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도대체 어떤 와인이길래 고급 자동차에 맞먹는 가격에 팔리는 걸까.

로마네 콩티 포도원은 원래 비싼 와인을 만든 곳은 아니었다. 중세 시대 생 비방 수도원 소유로 교회에서 쓰이는 와인을 생산했다. 17세기 수도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평범한 와인을 만드는 곳에 불과했다.

와인의 신분 상승은 18세기 루이 15세의 심복이자 비밀경찰을 이끌던 콩티 공이 이 포도원을 사들인 게 시작이다. 콩티 공은 5세기 로마군에게 정복당한 역사로 ‘로마네’가 붙은 포도원에 자신의 이름을 더해 ‘로마네 콩티’로 명명한 후 왕족과 귀족을 위한 와인을 만들었다.

로마네 콩티는 루이 15세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왕족과 귀족들은 앞 다퉈 로마네 콩티를 마시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와인은 고급 와인으로 변모했다.

권력 암투도 벌어졌다.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파두 부인이 왕을 위해 로마네 콩티 포도원을 사들여 직접 와인을 바치길 원했고, 이를 미리 알아챈 콩티 공은 포도원을 사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파워 게임의 승자는 콩티 공이 됐다. 왕의 정부에 불과한 퐁파두 부인은 실세인 콩티 공과의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로마네 콩티는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한 해 6000여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포도원 규모는 1.85ha에 불과하다. 프랑스 부르고뉴 본 로마네 마을에 있는 이 포도원은 규모도 작은 데다 단출하기 그지없다. 포도원 입구 빨간 철문에 ‘RC'라고 적힌 문양과 포도밭에 세워진 십자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이곳이 세계 최고의 와인 로마네 콩티를 만드는 곳임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로마네 콩티는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최고의 마케팅이다. 굳이 힘들여 알리지 않아도 와인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줄지어 있다.

판매를 할 때도 로마네 콩티 한 병만 내놓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를 사고 싶은 바이어들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라타쉬, 로마네 생 비방, 리쉬부르, 그랑 에세조 등 11병의 와인이 세트로 묶인 12병짜리 패키지를 사야 한다.

와인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마네 콩티를 맛보기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마셔본 사람은 많지 않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번에 국내에서 팔린 9100만원짜리 로마네 콩티 패키지는 누가 구매해 누구에게 선물로 전달됐을까.

로마네콩티 빨간 철문/신동와인 제공

이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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