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의선 표 모터스포츠, 대회서 연이은 '쾌거'
고성능차 브랜드 구축 위해 글로벌 맞손
2020 WRC 개막전으로 치러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자동차 ‘i20 Coupe WRC’ 경주차가 얼어붙은 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모습./현대차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현대자동차의 야심이 거친 험로를 지나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기업과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며 스포츠카 출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모나코에서 진행된 2020 월드랠리챔피언십(이하 WRC) 시즌 첫 대회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드라이버 부문 우승과 제조사 부문 선두를 동시에 차지하며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WRC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로 포뮬러원(F1) 대회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특히 WRC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제작된 경주차로 비포장도로, 포장도로, 눈길을 가리지 않고 험로를 달려 자동차 경주의 ‘철인경기’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경주에 주행 성능과 내구성이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현대차의 오랜 도전의 결실이다. 현대차는 1998년 WRC에 처음 도전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2003년 이후 철수했다. 이후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2014년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워 복귀를 알렸고, 이후 시상대에 오르는 막강한 모터스포츠 팀으로 급부상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지지가 컸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와 인접한 독일 알체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을 세우고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전문 엔진니어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레이싱트랙에서 직접 차량을 몰며 신차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는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는 2009년 남양연구소에서 WRC에 내보낼 시범 차량을 제작하며 고성능 브랜드 ‘N’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2012년 고성능차 개발 조직을 설립, 실전 테스트에 나섰고 2015년엔 본격적으로 N 브랜드의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빠르고 강한 차에 대한 욕심은 DNA 수혈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BMW에서 고성능 브랜드 M 연구소장이던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고 그는 2015년부터 시험·고성능차를 담당했다.

이는 해외 평가와 판매 수치로 증명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성능 모델 'i30 패스트백 N'과 'i30 N'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 독자들이 뽑은 스포츠카상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또 다른 N모델인 벨로스터 N은 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 전문지 '로드 앤 트랙'이 뽑은 월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로 선정됐다. 벨로스터 N은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다른 고성능 경쟁모델을 제치고 수상했다. 특히 'i30 패스트백 N'과 'i30 N'은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1~10월 합산 1만470대가 판매돼 전년 유럽 시장 연간 판매량인 6923대를 뛰어 넘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우측)과 리막의 마테 리막 CEO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고성능자동차에 개발은 글로벌 맞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 손을 잡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한 신호탄을 날렸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올해 고성능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Prototype) 모델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당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당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 전략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이 리막과의 협업으로 만들어 질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테 리막 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는 훌륭한 리더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현재 함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있으며 피드백이 긍정적이면 생산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또 "현대차는 차체와 섀시 등 기존 자동차 구성품과 연료전지를 만들고 리막은 배터리와 파워트레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연료 전지에 대한 질문에는 “더 큰 배터리를 사용하면 연료 전지가 항상 배터리를 보충 할 수 있고, 이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면 고성능 연료 전지가 된다”면서 “이는 스포츠카가 될 수 있다”면서 스포츠카 제작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WRC에서 성과를 내고 있고 N브랜드도 해외 시장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어 고성능차 개발과 브랜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스포츠카 개발이나 출시는 관련 사항이 진척될 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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