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가뇽.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안뇽, 가뇽!”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새 외국 선수 드류 가뇽(30)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안녕의 인터넷 용어인 안뇽과 가뇽의 발음이 비슷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KIA 동료들은 새식구인 가뇽에게 별명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가뇽도 오픈 마인드로 한국 야구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KIA는 지난 시즌 외국 투수들의 동반 부진에 골머리를 앓았다. 제이콥 터너(7승 13패 평균자책점 5.46)와 조 윌랜드(8승 10패 평균자책점 4.75)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좋은 구위와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실패를 맛본 KIA는 2020시즌을 앞두고 발 빠르게 외국인 투수들을 교체했다. 지난 시즌 함께했던 터너, 윌랜드와 모두 이별하고 빅리그 출신의 가뇽과 총액 85만 달러(한화 약 10억 2800만 원), 애런 브룩스(30)와 67만 9000달러(약 8억 2200만 원)에 계약했다.

이중 가뇽은 KIA가 2년 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선수로 치열한 경쟁 끝에 영입했다. 빅리그에선 2시즌 23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7.32에 그쳤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 15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큰 신장과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빠른 공의 구위가 좋고, 체인지업의 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발 경험도 풍부해 양현종(32), 브룩스와 함께 올 시즌 KIA 선발진의 기둥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로 스프링캠프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서재응(43) 투수 코치는 가뇽의 구위가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좋다고 박수를 보냈다.

기량과 더불어 인성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조계현(54) 단장은 “외인은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인데 두 선수(가뇽, 브룩스) 모두 성격이 좋다. 특히 가뇽은 친화력이 좋다. 한국 야구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의 테리 파크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만난 가뇽은 “팀에 합류한지 3주밖에 안 됐는데 3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뒤 “동료들이 친구처럼 다가와 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 모든 동료가 저를 웃게 해준다. KIA라는 팀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뇽은 이번 겨울 일본 구단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KIA를 선택해 주목 받았다. 가뇽은 “KIA가 몇 년 전부터 나를 원하는 것을 느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뒤 KIA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아직 빅리그에 재도전할 수 있는 젊은 나이다. 조시 린드블럼(33), 메릴 켈리(31), 에릭 테임즈(34)처럼 KBO리그에서 기량을 끌어올려 메이저리그에 재입성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가뇽은 한국에서 ‘장수 외인’의 길을 걷는 게 목표다. “꿈의 무대인 빅리그에 돌아가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뛰는 지금이 행복하다. KBO리그에서 오래 뛰는 장수 외인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KIA에서 오래 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뇽은 평균 구속 150km/h의 빠른 공을 비롯해 체인지업과 커터•커브 등을 섞어 던지는 땅볼 유도형 투수다.“타자를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가뇽은 “제구 위주의 투구를 하고, 땅볼 유도에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KBO리그에서 성공은 경력과 실력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낯선 한국 야구와 문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다. 가뇽의 적응력은 최고 수준이다. 열린 마음으로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야구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 음식도 잘 맞는다. 불닭 라면이 가장 먹고 싶다. 광주 생활도 기대된다. 한 달 전에 결혼한 부인과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고 웃었다.  

가뇽은 열광적인 KIA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광주-KIA챔피언스 필드 마운드에 서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시즌 목표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 던지는 것이다. 팀과 함께 많이 이기고 싶다”면서 “스프링캠프에서 동료들이 ‘안뇽 가뇽’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팬들이 또 다른 애칭을 지어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기다리기 힘들 만큼 시즌이 기다려진다. KIA 팬들의 기대에 꼭 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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