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지난달 15일 SW 역량테스트 연기 이어 지난 3일 또 연기
SK그룹, 상반기 신입 공채 일정 2주 연기... 대규모 대면접촉 설명회도 취소
취업준비생들이 기업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덮치면서 채용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채용일정을 조정하거나 아예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SW 역량테스트를 연기했다. 지난달 15일에 예정돼있던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삼성은 이번 SW 역량테스트를 재차 연기했다. SW 역량테스트는 삼성전자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삼성 자체 시험으로 매년 상·하반기 응시인원만 수만명에 이른다.

상반기 신입채용 일정도 미정이다. 삼성은 그룹사 차원에서 상반기 신입채용 일정 자체를 미루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매년 상·하반기 각각 1만명 수준의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3월 11일부터 계열사별 신입과 인턴사원 서류 접수를 시작했지만 올해는 그 일정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SK그룹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3월 16일로 예정했던 상반기 신입 공채 원서 접수 일정을 2주 가량 연기했다. 원서 접수 기간이 연기되면서 자연스레 공개채용 SK 종합역량시험(SKCT)도 평년보다 1개월가량 늦춰진 5월경이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면접을 잠정 중단한 기업도 있다.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으로 바꾼 현대자동차는 올해 계획한 신입사원 각 채용 부문에서 서류전형을 마친 뒤 직무별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현대자동차가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이 일괄적으로 미뤄졌다. 지난달 6일 코로나 19로 신입사원 합동 교육을 잠정 중단한 데 이은 두 번째 연기다.

삼성전자는 자체 역량 시험인 SW 테스트를 두 차례 연기했다. / 연합뉴스

롯데그룹은 오는 6일부터 서류접수 시작으로 33개사 169개 직무 대상 상반기 채용 돌입한다. 작년과 다른 점은 원서접수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롯데는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지원서 접수를 지난해 14일에서 올해 12일 연장한 총 26일간 동안 받는다. 또한 다수의 지원자가 모이는 롯데 역량진단평가 엘탭(L-TAB)과 면접 전형을 한달 정도 늦춰서 진행한다.

보통 2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를 대기업 채용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꼽는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들이닥치면서 정상적인 채용이 어려워졌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황 꺼리다 보니 시즌별 진행해오던 채용설명회와 인적성 검사 등 행사 자체를 취소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 행사 'LG 테크 컨퍼런스'를 취소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지난 2012년부터 연례적으로 국내외 유학생 300명이 참여해 왔지만 올해는 참석자 안전을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롯데는 대면 접촉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홍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채용 공식 유튜브 채널인 ‘엘리크루티비 (L-RecruiTV)’를 개설해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을 통해 전형, 직무 등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며 비대면 방식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에게 채용 연기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대규모 대면접촉을 피하기 위해 자택근무까지 실행하는 와중에 불특정 다수의 인원이 몰리는 취업설명회나 기업역량테스트를 진행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SK(주)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네트웍스, SK실트론 등 6개사에 대해 지난달 25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진행한 셈이다. KT도 지난달 25일부터 열흘간 순환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롯데지주도 지난달 27일부터 3교대 형식으로 1주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 / 연합뉴스

대기업 채용에 이어 공무원 시험까지 길이 막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오는 28일 시행 예정이던 2020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인 상황 속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시험이 시기상 적절하지 못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9급 공채시험은 전국 18만5203명, 대구·경북 지역 2만1616명에 달하는 인원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험생 및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잠정 미루기로 했다. 서울시도 오는 21일 예정된 2020년 제1회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및 경력경쟁 필기시험을 연기했다. 응시 인원은 1만7345명으로 변경되는 필기시험 일자는 시험예정일인 3월 중 별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앞서 국가공무원 5급 시험이 연기된 후 연이은 일정 변경 조치다. 지난달 29일 시행 예정이던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과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연기된 바 있다.

인크루트 제공

채용 및 시험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달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라고 응답했다. 불안한 이유로는 채용 연기(25.8%)와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의 요건이 뽑혔다.

통상 취준생들은 입사를 위해 기업이 채용계획을 내놓기 몇 개월 전부터 그룹스터디나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자기소개서와 직무역량검사를 준비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채용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면 취준생들이 준비한 일정에 차질이 생겨 여파가 줄줄이 크게 미친다.

취준생 A씨는 “상반기 공채가 미뤄지면서 각종 시험이 한 번에 다 몰릴 것 같다. 서류에 합격해도 시험이 겹쳐서 못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끝나자마자 하반기 시작이라 하반기를 준비할 틈도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채용 일정 변경은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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