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저금리·저출산·저성장으로 보험사 실적 부진
‘세대교체’ 바람에 장수 CEO 잇따라 퇴진 결정
실적개선 및 신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나와
(왼쪽부터)조용일 현대해상 총괄사장과 이성재 총괄 부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각사 제공

[한스경제=권이향 기자]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출산·저성장의 ‘3저’ 늪에 빠져 허덕이자 ‘젊은 피’ 수혈에 나섰다. 오랫동안 업계를 대표했던 장수 CEO들 대신 세대교체를 통해 업황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을 10년간 이끌어온 이철영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한 뒤 2013년 현대해상 대표이사로 취임해 3번의 연임에 성공한 보험업계의 ‘맏형’같은 존재다.

현대해상은 새 대표이사로 조용일 총괄사장과 이성재 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각자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앞으로 조 사장은 총괄 사장으로 영업전략 수립과 채널별 전략 기획 등을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사장은 경영기획을 담당하면서 디지털 신기술 도입과 해외 신사업 시장 개척 등 중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을 담당하는 등 투톱체제를 가동한다.

7년간 한화손보를 이끌었던 박윤식 사장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차기 CEO로 ‘재무통’인 강성수 사업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오랫동안 보험업계에서 장수 CEO로 활동한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역시 올해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용퇴를 결정했다.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삼성생명도 현성철 사장이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위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 1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신임 대표로 택했다.

이처럼 여러 보험사들이 잇따라 장수 CEO들의 퇴진을 용인한 이유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부진을 겪으며 침체된 모습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7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급감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572억원으로 전년보다 87.2%나 줄었다.

손해보험 역시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해·현대해상·KB손해보험) 모두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실손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매년 적자가 심화된 탓이다.

이 때문에 손보사 4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조7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27% 감소했다.

결국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의 어려움이 커져가는 와중에도 실손·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잡히지 않고 있어 보험업계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CEO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진 새로운 젊은 경영인들이 등장하면서 업계에도 활력이 돌 것이며 신사업 추진이나 사업 다각화 등에 있어서도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세대교체를 위해 CEO를 교체했다고 하지만 실상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를 교체한 것”이라며 “업황부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대표 교체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권이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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