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기둔화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유례없는 불황이 이어짐..자영업자 97% 매출 하락 경험
프랜차이즈 업계, 다양한 상생방안으로 가맹점 고통 분담
정부, 11조7000억원 추경을 도입해 경기 회복에 앞장
지난1월 코로나19가 들이닥쳐 텅 빈 명동거리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너무 힘들어요. 장사 시작한 이후로 이 정도로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가게 망할까봐 그게 더 무섭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자영업자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부진과 최저임금 상승의 타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봄을 알리는 3월이 시작됐지만 뚝뚝 떨어지는 매출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아직도 겨울 한파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로 현재까지 확진자가 8000명에 육박하면서 내수 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자영업자들이다. 감염 공포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매장엔 손님 자체가 끊겼고, 영업장 매출은 끝없는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매년 이맘때는 꽃집이 ‘대목’으로 불리는 시즌이지만 올해는 그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사람들이 만남 자체를 줄이니 꽃을 선물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휩쓸고 난 뒤 꽃집의 매출은 80~90% 떨어졌고, 꽃은 그렇게 시들어갔다.

잠실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없다”라면서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있다”라고 한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명동 인근 지하 쇼핑센터 / 사진 = 변세영 기자

외출을 자제하면서 옷가게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동구에 위치한 여성의류 전문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의 임대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다. 재고는 쌓여 손실이 막대한데 사장님이 대출로 계속 메꾸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야식 1등으로 불리는 치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천호동에서 치킨 호프를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 매장에 방문하는 홀손님이 급감한 이후 그나마 이어지던 배달 매출까지 감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종사 소상공인 10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7.9%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숙박업은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10.8%, 24.5% 매출이 감소했다. 음식점업도 각각 9.6%, 2.0%, 14.2%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2월 자영업자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7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가계의 재정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CSI는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3월 7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해답이 보일까. 해당 질문에 기자가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침체는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사업소득은 2.2% 감소했다. 지난 2018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의 소득은 역대 최장 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승 곡선을 기대하기 더욱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이 임시 휴업을 알렸다. / 연합뉴스

모두가 힘든 시기, 하지만 그 안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

정부는 예산을 풀어 코로나19 피해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11조7000억원 추가경정예산안과 1조7000억원 규모의 세수감소를 동반한 세금 지원책으로 코로나 사태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연매출 480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영세개인사업자의 범위를 6000만원 이하로 넓혀 이들의 부가가치세를 내년까지 2년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낮추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해당 개정안으로 약 90만명의 소상공인 사업자가 부가세 경감액으로 최소 20만원에서 80만원까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총 20조원 규모의 경기보강 대책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자금이 막힌 자영업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 지원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10% 줄어든 사실을 입증하면 신용보증재단과 은행을 통해 1.5~2% 초저금리의 코로나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한 정책도 있다. 3월부터 6월까지 소득공제율을 기존의 2배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신용카드는 기존 15%에서 30%, 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은 기존 30%에서 60% 공제로 늘어난다. 예산정책처는 내년기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를 통해 약 3449억원 세수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돈을 쓰게 만드는 소비쿠폰도 등장했다. 아동수당 대상자(7세 미만)에게는 수당 외 지역사랑 상품권을 4개월간 1인당 월 10만원씩 추가로 제공한다. 생계, 의료, 주거급여 수급자도 월 17~22만원 상당의 지역사랑 상품권을 받는다. 정부는 약 2조1000억원을 투입해 소비 진작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제공하는 자영업자 대상 추가경정 지원책에 효율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경영애로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확인서를 발급받고 상담을 통해 보증을 신청한 뒤 대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최장 두 달의 시간이 소요돼 하루하루가 막막한 이들에게는 당장 체감이 어려울 수 있다. 

매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가맹점주들에게 가맹점 본사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의 본사 명륜당은 최근 전국 522개 전체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달 월세 전액을 지원했다. 총 금액은 23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없어 매출에 타격을 입은 가맹점에 월세를 지원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들은 가맹점당 최소 300만원에서 최고 1690만원을 지급하며 사태 회복을 위한 통 큰 지원을 단행했다.

더본코리아도 자사 전 브랜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2개월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고, 커피원두 등 주요 식자재에 대한 공급가를 당분간 인하하기로 했다. 임시 휴업한 매장에는 휴점 기간 발생한 폐기 식자재의 비용을 본사가 부담하는 방안의 상생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말 그대로 긴급 재난상황인 만큼, 정부는 지금 당장에 초점을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요건이 복잡하고 집행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시스템을 간소화해 신속한 지원이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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