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혜준이 1년 만에 놀랄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1에서 연기력 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김혜준은 시즌2에서 보란 듯이 성장한 연기력으로 시즌2를 이끌었다. 스스로 시즌1 속 연기력 혹평에 대해 “창피했다”고 털어놓은 김혜준. 선배 배우들의 조언과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의 도움에 힘입어 시즌2에서 독보적인 악역을 만들어냈다. 김혜준은 ‘킹덤’ 시리즈에서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가졌던 해원 조씨 가문이 만든 중전 역을 연기했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서 연기한 중전 역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시즌1 때 좋지 못한 평가를 많이 받았다. 시즌2에서 ‘잘했다’며 캐릭터를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당연히 시즌1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마냥 좋다기보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시즌2에서 중전의 야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데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확실히 시즌1보다 시즌2에서 중전의 모습이 과감하고 강단있다. 그런 걸 잘 표현하기 위해 대사 톤을 더 단단히 잡으려고 했고 연습을 많이 했다. 시즌1에서 아쉬웠던 점을 시즌2에서 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 시즌보다 더 날카롭고 매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중전이 한국 여성이 느끼는 한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중전의 생각들과 선택, 행동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다만 누구든 부모 혹은 누군가에 의해 억압된 것이 있지 않나. 중전은 다른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기대서 다 표출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통쾌함이나 대리만족,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신 것 같다. 그래서 중전을 예뻐해 주신 것 같고. 사실 나는 장녀도 아니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아서 한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지만,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게 속상하고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할 점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에서 중전 역을 연기한 김혜준./넷플릭스 제공.

-중전은 아버지 조학주(류승룡)를 살해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던 왕위에 대한 집착의 근원은.

“시즌1이나 시즌2에서 나왔던 조학주나 오라버니(정석원)가 했던 대사들은 한 순간에만 나온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가 여자로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매일 눈치를 보고 억압과 수모를 당했다고 봤다. 그런 게 쌓여서 왕좌에 대한 집착을 만들고 광기로 돌변하게 만든 것 같다. 아버지를 살해한 것도 굉장히 주도적인 계획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좀비 분장을 직접 소화했는데 어땠나.

“영화 ‘변신’에서도 분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힘들거나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좀비 연기를 하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뭐를 참고했다기보다는 함께 연기하는 생사역(좀비) 선배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영감과 교욱도 받으면서 찍었다. 생사역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빠르게 달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지도도 받고 같이 움직임도 연습했는데 괜히 이분들이 최고의 좀비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다. 분장이나 움직임이 너무 리얼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킹덤’ 시즌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부모님도 깜짝 놀랐다. ‘무서운 아이’라고 하셨다. (웃음) ‘잘했다, 혜준아’라며 칭찬해주셨다. 아무래도 시즌1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시즌1 이후 아쉬운 평가가 많아서 속상했을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속상했다기보다 역량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극이라는 장르도 처음이었고, 배우로서 너무 창피했다. 많이 힘들고 우울했다. 그때 ‘변신’이라는 작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다가는 이 현장에도 피해를 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 연기에도 영향이 가겠다는 판단이 다행히 빨리 들었다. 그리고 당시 김은희 작가님과 김성훈 감독님, 선배들이 다 힘내라며 자신감을 실어주셨다. ‘잘 하고 있고 함께 즐겁게 한 만큼 시즌2에서 잘하면 된다’고 북돋아 주셔서 금방 떨쳐냈다. 시즌2에서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작품을 내가 책임져야 하고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고, 배우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이런 단계가 다음 작품들에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준비기간까지 약 3년의 시간을 ‘킹덤’에 투자했다.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서 행복했다. 3년 동안 쌓은 시간이 있어서 더 아쉽다. 긴 추억이 된 작품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라면 악역, 선역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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