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이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제3차 오일머니의 공습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침공을 앞두고 있다. 시작은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54·러시아)였다. 석유사업으로 큰 돈을 번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 구단주로 자리한 뒤 유명 선수를 쓸어 모으며 첼시를 단숨에 우승후보로 탈바꿈 시켰다. 1차 '오일머니'의 공습이었다. 2차는 2008년 세이크 만수르(50·아랍에미리트연합)다. 아부다비의 로열패밀리인 만수르는 2008년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해 EPL 판도를 흔들었다. 

◆3차 오일머니 공습, '아람코 캐슬'

EPL은 이제 3차 공습을 앞두고 있다. BBC와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뉴캐슬 구단주인 마이크 애슐리 스포츠다이렉트 회장이 최근 3억 파운드(약 4570억 원)에 구단 매각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분 80%의 최대 주주가 될 뉴캐슬의 새 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 인수 절차는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PIF가 뉴캐슬 인수를 마무리하면 EPL 부자 구단 순위를 바뀐다. 1·2위 만수르와 아브라모비치는 2·3위로 내려앉고 1위는 PIF가 차지한다. PIF의 자산 규모는 3200억 파운드(약 487조 원)으로 만수르의 13배를 훌쩍 넘는다. PIF의 운용 총괄은 무함마드 빈 살라 알 사우드(35) 사우디 왕세자로 '미스터 에브리싱'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한국과 인연도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83억 달러의 경제 협력 보따리를 풀 글로벌 '큰 손'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실세다. 뉴캐슬의 새 회장은 야시르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이 맡는다.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은 1차 아브라모비치의 '로만 제국'과 2차 만수르의 '만수르 시티'처럼 '아람코 캐슬'이 바꿔 놓을 EPL 판도로 쏠리고 있다. 아람코는 뉴캐슬의 새 선수단 구성에만 2억 파운드(약 3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ESPN은 PIF가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 에이전트와 이미 접촉했고 첼시 윌리안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바르셀로나 앙투안 그리즈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역시 사정권 안에 있다. 또 벤피카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뛰고 있는 라파 실바를 데려오고 토트넘이 임대 보낸 대니 로즈를 완적 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뉴캐슬 팬들은 1996~1997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던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당시 뉴캐슬 영광을 이끈 핵심은 '해결사' 앨런 시어러로 그는 1994~1995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 등 EPL 통산 최다골(260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뉴캐슬 홈구장 전경. 연합뉴스

◆제2의 맨시티 될라…신중론 부상

맨체스터시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공격적인 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맨시티는 2월15일(한국시각)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재정적페어플레이(FFP) 위반에 따른 UEFA 주관 클럽대회 출전 금지 중징계와 더불어 벌금 3000만 유로(약 385억 원)를 받았다. 

FFP는 구단이 벌어들인 수익 이상으로 과도한 지출을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맨시티가 스폰서 금액 부풀리기 방식 등으로 FFP를 위반 했다는 게 UEFA 클럽재무관리기구(CFCB)의 판단이다. UEFA 주관 대회 출전 금지 조치로 팀의 주축인 세르히오 아게로, 존 스톤스, 니콜라스 오타멘디, 케빈 데 브라위너 등 특급 선수의 대거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모두 2021년 6월까지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뉴캐슬 선수단 구성에 있어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캐슬이 EPL 판도를 흔들 초대형 '메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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