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백화점,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 진행... 5천여 명 실시간 시청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 2020 FW 런웨이 행사 온라인 라이브 중계
조르지오 아르마니 유튜브 캡처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은 패션업계 풍경도 바꿨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언택트’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적북적하던 패션쇼 현장이 고요해졌다. 이른바 셀럽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쇼의 주체가 모든 시청자로 확대됐다. 코로나가 강타한 패션업계는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신개념 패션쇼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25일 경기도주식회사와 협업해 현장 관중없이 온라인으로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를 선보였다. 패션쇼는 3시간 동안 현대백화점 공식 유튜브 채널인 '현대백화점TV'를 통해 중계됐다. 패션쇼는 글로벌 비디오커머스 협회와 제휴해 중국 온라인몰 '타오바오', 동남아 최대 온라인몰 '쇼피' 등 해외 온라인몰 라이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 공개됐다.

행사에는 만지·홀리넘버세븐·고코리 등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25개가 참여했다.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패션쇼에 직접 참여해 최신 트렌드와 브랜드 차별화 포인트를 설명하며 온라인 시청자들과 만났다. 30여 명의 인플루언서도 행사에 참여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패션 팁을 공유하며 언택트 소통을 이어나갔다. 패션쇼 전체 채널에서 약 5000여 명이 실시간으로 패션쇼를 시청하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현대백화점은 디자이너 25브랜드가 참여한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를 성료했다. /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오프라인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면 100여 명이 참석하는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패션쇼에) 관심이 크게 나타난 편"이라며 "신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들을 수 있어 행사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만족도도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무관중 패션쇼는 코로나19로 세계 패션업계 주요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고 산업도 덩달아 침체기를 맞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업계는 최근 코로나 여파로 시장 침체에 이어 F·S(봄여름) F·W(가을겨울) 컬렉션 등 고객에게 신제품을 공개하는 기회도 부족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언택트 패션쇼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상하이패션위크는 무관중 디지컬 패션쇼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가 무(無)관중 ‘디지털 패션쇼’로 진행되기도 했다. 상하이 패션위크 조직위원회는 알리바바그룹과 함께 150개 브랜드·디자이너들의 2020 FW(가을겨울) 런웨이 행사를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과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해 단독 중계했다.

티몰에선 생중계로 패션쇼 시청 관객이 마음에 드는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주최 측은 코로나 공포에 주저하는 브랜드·디자이너에게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 최적화된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하며 행사 참여를 유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오프닝 쇼 개최 후 3시간 만에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조회 수는 1100만 뷰를 돌파했다. 일주일 간 패션쇼의 총 거래액(GMV)은 약 282만 달러(34억3000만원)에 달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텅 빈 극장에서 무관중 패션쇼를 진행했다. / 조르지오 아르마니 유튜브 캡처

명품도 무관중 패션쇼를 적극 도입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고요한 패션쇼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시즌에 셀럽이 없는 패션쇼를 선보였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례가 계속적으로 증가해 아르마니 측은 관객 보호 선제적 차원에서 무관중 패션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르마니 패션하우스가 사회적 문제로 패션쇼를 취소한 것은 브랜드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 1998년 파리에서 시설 안전상의 이유로 관중이 없는 곳에서 패션쇼가 진행된 적은 있지만 보건상 문제로 패션쇼 계획을 바꾼 적은 없었다. 아르마니는 관객 없는 빈 극장에서 ‘무관중’ 워킹행사를 열고 이를 온라인 생중계했다. 디자이너들과 모델들은 가상의 셀럽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등 소통을 이어가며 신개념 패션쇼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과 온라인 패션쇼를 공동으로 주관한 경기도주식회사의 이석훈 대표이사는 “전 세계 패션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시점에서 (무관중 온라인 패션쇼는) 글로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언택트 마케팅'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라고 분석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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