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 22일 기준 한우 평균 도매가격 1kg 2만1304원... 통계치 작성 이래 최고가 수준
소비 편중으로 가격 차이 심화... 현장 상인들은 지원금 이후가 걱정
마장축산물시장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식생활과 민첩한 밥상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집밥 수요의 증가로 한우나 삼겹살 부위는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지만, 외식 비중이 높은 광어는 값이 폭락해 상반된 양상을 띠고 있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우 지육(내장·뼈 등을 제외한 소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당 2만1304원에 달한다. 지난 18일 1만8956원에서 4일 만에 2000원 훌쩍 넘게 오른 수치로, 한우 가격 통계 측정 이후 최고가 수준이다. 전년 동기 평균 1만7000수준을 오갔던 한우 가격이 1년 사이에 25% 가량 치솟았다.

한우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시장에 공급되는 한우 양은 줄었지만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고기 생산량으로 불리는 거래정육량은 지난 1월과 비교했을 때 30% 가까이 줄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소고기를 찾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농협유통에 따르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약 일주일동안 한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갑자기 한우 판매량이 늘어난 데는 코로나 사태가 한몫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왔던 보복소비 성향이 터지면서 고급 육류로 불리는 ‘한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전 국민에 코로나 지원금을 풀면서 한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구매 부담이 줄어들다 보니 비교적 고가 상품인 한우를 많이 찾는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마장축산물시장 / 변세영 기자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재난 지원금으로 시장에 한우를 사러오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라면서 “한우나 등심 특수부위 등 다소 비싼 부위가 가장 잘 나간다”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도 한우 매출은 증가했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재난지원금과 연관된 제로페이와 코나카드로 결제한 매출 중 전월 대비 매출이 가장 크게 신장한 카테고리 10개 중 4개는 축산 제품이다. 그 중에서도 국산우육은 전월 대비 234.9%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과 목살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농협 하나로마트에 따르면 전국 22개 점포에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최고 매출은 등심과 삼겹살이 차지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정식으로 인기가 좋은 두 부위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돈육 부위별시세 자료에 따르면 5월 삼겹살 가격은 kg당 1만8575원으로 1월에 비해 62% 올랐고, 목살은 1만6750원으로 67% 상승했다.

광어회 / 이마트 제공

반면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광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 축제가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시세는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5월 자연산 광어 물량 중 30% 가량을 책임졌던 서천 광어축제, 남해 완도 해산물장보고축제 등 지역 축제가 전면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수요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광어와 같은 회나 수산물은 집밥 보다는 외식 비중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피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3월엔 코로나 때문에 3일 동안 전화 한 통도 울리지 않던 적도 있었을 만큼 매출이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라면서 “최근엔 재난지원금이 풀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돼지고기 중에서도 가정에서 많이 먹는 삼겹살 수요는 크게 증가했지만, 학교 급식이나 외식 소비 비중 높은 앞다리 살(전지), 뒷다리 살(후지)과 같은 저지방 부위는 재고가 크게 쌓인 상황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후지 재고량은 3만643톤에서 지난 2월 3만6338톤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돈육 부위별 시세 현황 / 한돈자조금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산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위별 소비불균형은 육가공 업체에게 피해를 주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부위별 가격 이 폭등하면 비싼 부위만 계속 비싸져 수입산 비중이 커진다. 같은 돈 내고 국산으로 먹던 부위를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마장동 정육점 상인 B씨는 “당장은 소고기가 잘 팔려서 좋긴 하지만, 지원금 이후가 걱정”이라면서 “지금처럼 가격이 치솟으면 누가 제 돈주고 사먹으러 오겠느냐”라고 말했다.

축산업계도 고민되는 건 마찬가지다. 한돈 관계자는 “삼겹살 값이 올라서 금겹살이 됐다고는 하지만, 다른 부위는 재고가 심각해 호황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라며 “돼지에서 삼겹살이나 목살만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축산업계나 차원에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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