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북관계, 6·15 이전으로 회귀... 군사합의도 파기 예고
청와대 "北 김여정 무례한 담화…몰상식한 행위"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남북관계가 지난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 채택 이전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한에 대한 대적(對敵)행동을 공개적으로 예고하는 등 파국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윤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사무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의 결실이었다.

남북은 그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도 철수했다. 북한은 GP를 재설치하겠다며 군사합의 파기도 예고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금강산에 위치한 남측 공장과 호텔, 매점 등 시설물들을 철거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사실상 포기해야할 공산이 커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은 120여곳이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에서 철수할 당시 남겨두고온 자산만 9000억원 수준이다.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고려한 금액으로, 투자 손실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성항 인근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시설 중 남측 자산은 ▲옥류노래방 ▲온천빌리지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 면세점 ▲구룡빌리지 숙소, 편의점 등 ▲금강패밀리 비치호텔 ▲해금강호텔 ▲금강산 펜션타운 ▲고성항 횟집 ▲골프장 등이다. 북한은 이중 일부는 몰수하고 일부는 동결시켰다. 미동결된 남측 자산은 골프장 뿐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오늘 북측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 지역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오늘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이어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어렵게 이룬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키고 키워나갈 것"이라며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구도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지만, 남북관계는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넘어가고 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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