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화 이글스의 ‘마당쇠’ 김범수(25)가 ‘형제 맞대결’과 ‘붙박이 선발’이라는 꿈을 향해 뚜벅 뚜벅 걷고 있다.
한화는 1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노태형(25)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7-6으로 두산을 꺾으며 지긋지긋한 18연패에서 벗어났다. 영웅으로 우뚝 선 노태형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언성히어로’는 김범수(25)다. 그는 3.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연패 탈출의 발판을 놓았다. 10일 롯데 자이언츠전 18구(1이닝 무실점), 11일 롯데전 65구(2.1이닝 2실점)에 이어 57구를 뿌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닷새 동안 3경기에 등판해 140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1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범수는 "13일 저녁에 집에 갔는데 송진우 코치님께 전화가 왔다. 팀 사정이 어려운데 등판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며 "그래서 나가겠다고 했다. 솔직히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뒤에서 누가 팔을 당기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지옥 같은 연패에서 벗어 났을 때 기분은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재작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한화에서 드문 좌완 파이어볼러인 김범수의 롤모델은 '야생마' 이상훈이다. “유튜브에서 선수 시절 영상을 봤는데, 정말 멋있어서 롤모델로 삼게 됐다. 체격이나 이미지도 저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헤어스타일이 이상훈 선배를 따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범수의 동생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는 김윤수다. 김윤수는 형과 같은 투수다. 2018년 삼성에 입단한 김윤수는 지난해 1군에 데뷔했고, 올해는 14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1군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범수와 김윤수는 우애 좋은 형제로 유명하다. 지난 겨울 대전에서 함께 운동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살가운 사이다. 동생 얘기를 꺼내자 미소를 지은 김범수는 "연패 탈출 이후 연락은 받지 못했다"며 웃은 뒤 "평소에는 거의 매일 연락한다. 요즘 저보다 더 잘 던지더라. 제가 평가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이어 "(김)윤수가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잘했다는 축하와 함께 더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줬다. 형제가 함께 프로 1군에서 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기쁜 일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3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형은 동생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얘기를 해줬다. 또 최근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힘 빼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전했다.
KBO 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형제 선수들이 꽤 있었다. 양승관-양후승(청보 핀토스), 구천서-구재서(OB 베어스), 지화동-지화선(빙그레 이글스) 형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투수 중엔 윤동배-윤형배(롯데) 형제가 있었다.
현역 중엔 대표적으로 SK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는 최정(33), 최항(26) 형제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5)과 KT 위즈 박세진(23)은 같은 투수다. 유승안(64) 경찰야구단 감독의 아들로 유명한 KT 위즈 유원상(34)과 KIA 타이거즈 유민상(31)은 지난달 26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 KIA의 경기에서 7회 맞대결을 펼쳤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 형제 투타 맞대결로 화제가 됐다.
김범수도 형제 맞대결을 꿈꾼다. 지난해 2군에만 머물던 김윤수가 1군 선수로 발돋움했고, 김범수도 1군서 꾸준히 활약하면서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범수는 “기회가 된다면 동생과 맞대결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범수의 또 다른 꿈은 선발 투수로 성공하는 것이다. 올 시즌 한화 ‘선발난’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스 워윅 서폴드(31)만 제 몫을 하고 있을 뿐 장민재(30)는 깊은 부진에 빠졌고, 장시환(33), 김민우(25), 김이환(20) 등 토종 선발들은 2군에 내려갔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불펜을 조기 가동해야 하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불펜 과부하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타선이 리그 최하위급인 한화로선 선발투수가 버텨주지 못하면 뒤집을 힘이 없다. 한화의 선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월 들어 7경기 10.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53으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김범수의 선발 전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김범수는 "송진우 코치님께 힘을 빼고 던지는 법을 배웠다. 80%의 힘으로 던지니까 구속은 비슷한데 제구가 잡히더라"며 “투수가 선발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만약 선발을 맡겨주신다면, 잘하고 싶다. 좀 더 여유 있게,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