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호텔 델루나' 포스터./스튜디오 드래곤 제공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국내 드라마, 영화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tvN '호텔 델루나'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24일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텔 델루나'는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밤이 되면 떠돌이 귀신에게만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는 영혼 전용 호텔이라는 신비로운 소재와 배우 이지은(아이유), 여진구의 열연에 힘입어 최종화에서 평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 미국 진출한 韓 드라마

이번 '호텔 델루나'의 미국 진출은 지난 2월 CJ 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이 스카이댄스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후속 조치다. 스카이댄스는 영화 '터미네이터' '6 언더그라운드' '미션임파서블'과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얼터드 카본' 등을 제작한 글로벌 콘텐츠 회사. 이번 프로젝트는 스튜디오 드래곤이 드라마 기획, 제작, 방송ㆍ스트리밍 서비스, 연계 부가사업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국내 제작사와 미국 제작사가 함께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첫 사례"라고 평했다.

미국판 TV시리즈 '호텔 델루나'에는 앨리슨 샤프커(Alison Schapker)가 작가로 참여한다. 앨리슨 샤프커는 스카이댄스 TV의 '얼터드 카본'의 제작총괄 역할로 활약한 바 있으며 ABC의 히트작 '스캔들'의 작가 겸 공동 프로듀서로도 유명하다. 또한 '로스트' 올모스트 휴먼' 시리즈에서 일했으며 '브라더스&시스터스'의 쇼러너 역할을 두 시즌 동안 맡기도 했다.

'더 굿닥터' 포스터.

더불어 2013년 KBS2에서 방송된 '굿닥터'는 2017년 ABC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리메이크돼 시즌3까지 이어졌으며 올 2월에는 시즌4 제작이 확정된 바 있다. 시즌1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인기를 이어간 미국판 '굿닥터'는 지금도 매회당 1,200만 명이 꾸준히 시청하는 ABC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 리메이크→드라마화, 활발한 진출 이어가는 韓 영화

미국 진출은 드라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한국 영화 역시 미국 진출을 알렸다. '악인전' '지구를 지켜라' '곤지암' '설국열차' 등 장르나 소재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악인전' 포스터.

먼저 '악인전'은 지난 5월 리메이크 소식을 알렸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04개국에 판매됐다. 리메이크작은 배우이자 감독ㆍ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 '윈드리버'를 기획한 프로듀서 브레이든 애프터굿, 한국판 제작사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 '팀 고릴라' 대표이자 배우인 마동석 등이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맡는다.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또한 장준환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 역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개봉 당시에는 7만 여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국내 영화 마니아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컬트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리메이크작은 원작자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전' '미드소마' 등 독특한 호러물을 만든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을, HBO드라마 '석세션'의 윌 트레이시가 시나리오를 담당한다. 영화 '기생충'의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및 제작하고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성공으로 배운 점은 전 세계 관객이 커다란 주제를 가진,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사랑한다는 것"이라며 "장준환 감독은 뚜렷한 주관으로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범식 감독의 영화 '곤지암'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블랙박스매니지먼트와 한국 제작사 BH엔터테인먼트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제작한다. '곤지암'은 지난 2018년 개봉 당시 26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총제작비 24억 원의 저 예산 영화지만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전체 호러 영화 2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설국열차' 포스터.

할리우드로 활동 폭을 넓힌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17일 미국 드라마 '설국열차'를 공개했다.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 버전에는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제작자로 의기투합했고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코널리와 다비드 디그스가 출연했다.

이처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활발하게 미국 진출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 콘텐츠의 신선한 소재와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한 명의 작가가 모든 에피소드를 집필하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르적 특성이 있는 경우에도 에피소드를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것으로 구성해 시대상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 보기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최근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앞으로 더 활발한 콘텐츠 수출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더 활발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앞서 2013년 tvN '나인'이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미국 리메이크의 문을 두드렸지만 파일럿 제작 단계를 넘지 못한 바 있다. 현지의 정서에 맞는 설정 업데이트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할 때는 무엇보다 얼마나 자연스러운 현지화 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느 정도 본 편의 설정은 유지하되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 할 필요가 있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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