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창궐로 극장은 길고 긴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 4월 총 관객은 97만2477명에 그쳤다. 지난 2004년 이후 월별 관객으로는 역대 최저치다.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극장가가 최근에는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5월부터 개봉한 한국영화 ‘침입자’ ‘결백’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살아있다’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좀비물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아파트에 고립된 두 남녀 준우(유아인)과 유진(박신혜)이 좀비떼의 공격을 막고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다.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는 ‘아직 한국영화는 살아있다’는 생존신고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문화가 있는 날 개봉,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람료 6000원 할인 배포 이벤트 등이 겹쳐 초반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영진위는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처음 개봉하는 한국 상업영화 ‘침입자’ 개봉에 맞춰 지난 4일 할인권 이벤트를 시작했다. 당초 3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관객들의 사용률이 낮아 한 주 연장했다. 할인권의 40%가 배포된 첫째 주 영화 관객(목∼일)은 48만6033명이었고 둘째 주 61만4282명, 셋째 주 59만9860명으로 증가하다 ‘#살아있다’가 개봉한 넷째주 120만5751명으로 크게 올랐다.

‘#살아있다’로 조금이나마 활기를 띤 극장 분위기가 쭉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5일 개봉을 확정한 ‘반도’와 그 다음 주로 개봉을 예정한 ‘강철비2: 정상회담’ 등 한국영화들이 출격한다. 또 8월에는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개봉 예정이다. 할리우드 영화 ‘테넷’과 ‘뮬란’은 개봉 시기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초 여름 개봉을 예정한 송중기 주연의 ‘승리호’와 뮤지컬 영화 ‘영웅’은 코로나19를 최대한 피해가기로 결정하며 하반기로 개봉을 미뤘다.

‘#살아있다’ 등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영진위 이벤트에 힘입어 코로나19로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상반기 영화시장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영화계 생태계 역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뉴노멀 시대 속 극장 역시 단기적인 대안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올해 90% 감면하고 개봉이 연기된 한국영화에 대해 작품당 최대 1억원씩 총 42억 원을 지원하는 등 17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 중에서도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은 단기적으로 관객 동원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방안이 아닌 장기적인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 해도 언제 또다른 전염병 사태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속 이렇다 할 자구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영화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살아있다’ 속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영화계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