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 대해 '100% 배상 권고안'을 내놓자 판매사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중 무역금융펀드 투자 고객에 대한 100% 배상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의 100% 배상 권고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 대한 전액 배상 권고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금융 당국에 답변을 해야하는 시한은 오는 27일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다음 이사회 일정까지 답변 기한 연장을 요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첫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미 회생할 수 없는 상태인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감추고 판매사들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이 같은 결정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라임 펀드 판매사 중 한 곳인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전액 배상 권고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분조위 결정을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답변 기한 연장을 요청키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금융당국의 100% 배상 권고안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을 받는 은행들의 입장에선 감독당국과 정면으로 대립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배상안을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사회에서 100% 배상안을 수용할 경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안대로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게 먼저 전액 배상을 한 뒤, 운용사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라임 측에서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배상금액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별 금액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 등 총 1611억원 가량이 판매됐다.

이에 우리은행은 다음 이사회에서 100% 배상 권고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은 판매사들의 연장 요청에 대해 사유가 타당하다면 연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등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융당국의 전액 배상 권고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라임자산운용 제공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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