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부산 BNK 썸 안혜지 인터뷰
부산 BNK 썸 안혜지가 최근 부산 기장군 부산은행 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농구는 신장(Height)이 아니라 ‘심장(Heart)’으로 하는 것이다.”

앨런 아이버슨(45)은 상대적으로 작은 키(183cm)에도 미국프로농구(NBA) 득점왕을 무려 4차례나 거머쥐었다. 그가 남긴 이 말은 지금까지도 단신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여자프로농구 단신 선수의 희망은 부산 BNK 썸 안혜지(23)다. 그는 비 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BNK 구단과 연봉 3억 원, 계약 기간 4년에 합의했다. 리그 등록 선수 가운데 최단신(164cm)인 그는 연봉퀸(공동 1위)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리그 억대 연봉자는 총 25명인데 그 중 연봉 3억 원을 받는 선수는 안혜지를 비롯해 박혜진(30)과 김정은(33ㆍ이상 아산 우리은행 위비), 박지수(22ㆍ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까지 총 4명이다. 안혜지와 박지수(198cm)의 신장 차이는 무려 34cm에 이른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리그 최단신 선수가 최고 연봉을 받은 것은 올해 안혜지가 처음이다.

◆구단 관계자 “새벽 훈련 자처하는 선수”

안혜지는 최근 부산 기장군 부산은행 연수원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연봉과 관련해 “부담스럽다. 제가 받아야 할 액수는 아닌데 팀에서 믿고 주시는 것이다. 감사하다. 거기에 맞는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버슨의 주특기가 득점력이었다면 안혜지의 무기는 ‘패싱력’이다. 안혜지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비결에 대해 “제 공격보다 다른 선수들을 많이 보는데 그래서 잘 보는 것 같다. 패스로 작은 키를 극복해왔던 것 같다. 패스가 재미있다”고 웃었다.

키가 작은 그가 어떻게 농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 농구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일단 키가 큰 애들이 불려 나갔다. 저는 키가 작아서 앉아 있었는데 코치 선생님이 나와 보라고 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키에 관한 질문에는 “그때도 작았다. 키 큰 애들보다 머리 하나 크기 차이가 났다. 초등학생 4~5학년생 때 키가 148cm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안혜지는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는 슈팅력을 보완하고 기복을 줄이고 싶어 했다. “슛에 재능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잠시 낙담했지만 “그래도 연차가 쌓이면서 슛을 쏠 때 편안해지더라. 1, 2년 차 땐 ‘못 넣으면 안 된다’란 생각으로 쏠까 말까 망설였지만 지금은 좀 더 과감해졌다”고 털어놨다.

안혜지는 ‘노력파’다. 현장에서 만난 정상호 BNK 구단 사무국장은 “선수들 사이에선 팀 훈련 강도가 우리은행 다음으로 강하다는 얘기가 돈다. 유영주(49) 감독님은 훈련할 땐 집중하시는 스타일이다”라며 “안혜지의 경우 3점슛이 약했는데 새벽 개인 훈련을 자처하더라.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부산 BNK 썸 안혜지가 최근 부산 기장군 부산은행 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박종민 기자

◆닮고 싶은 ‘양동근ㆍ김승현ㆍ허훈’

안혜지는 “공격력을 보완해야 한다. 기복 없이 공격해야 한다. 남을 찾기 보다 제 공격을 먼저 보다 보면 그러다 기회가 생길 것 같다. 그러면 더 좋은 패스가 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남자 프로농구의 양동근(39), 김승현(42ㆍ이상 은퇴), 허훈(25ㆍ부산 KT 소닉붐)의 플레이를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안혜지는 “양동근 선배는 공격력이 좋았고 김승현 선배는 센스있는 패스를 하셨다. 요즘엔 허훈 선수의 플레이도 좋아한다. 각각의 장점을 보고 배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스만 하는 선수는 흔히 반쪽 짜리 선수라 불린다. 그런 선수가 되기 보단, 공격이나 모든 부분을 기복 없이 두루두루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NK 구단은 지난 시즌 리그 6개 팀 가운데 5위(10승 17패)에 머물렀다. 팀 성적 부진의 원인을 묻자 “제가 느낄 땐 (신생 팀이라) 선수들의 경험도 적다. 한 명이 부진하면 다 같이 그렇게 되는 느낌이었다. 선수단을 잡아주는 중심 구실을 해 줄 선수가 없었다.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시즌엔 좋은 팀 성적을 올리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향후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정상호 사무국장은 안혜지의 성격을 두고 “보기와 달리 여리다”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연습 경기를 보니 코트 위에서만큼은 근성 있고 강인한 선수였다. 안혜지는 “컨디션은 시즌과 비슷한 수준인 80~90%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최단신 연봉퀸’이 다가오는 시즌 어떠한 플레이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부산=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