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형일 기자] “드디어 뭍으로 올라왔다”

깊은 개미굴에서 위층으로 한층 한층 밟아 올라가던 동학개미는 비로소 뭍으로 올라왔고 빛을 보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많은 동학개미들은 한동안 바깥 내음을 맡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것처럼 동학개미들도 쉽사리 집을 나설 수 없었다. 

기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투자에 나선 수많은 개인 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였다. 코로나19로 활기를 잃은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 친구들과 마음 졸였고, 슬픔을 같이했다. 생애 첫 주식투자에 나선 후 6개월을 걱정 속에 살았다. 

지난 2월 드디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것이 투자의 정설이지만 무시했다. 지난 1975년 6월 상장된 삼성전자가 약간의 등락은 있었지만, 우상향 그려왔던 게 주효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부푼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점을 찍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코로나19 사태의 진짜 정점은 3월에 찾아왔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고 코스피 지수는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자연스레 떨어졌고 수익률은 -20% 수준을 나타냈다.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만회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최초 매입가보다 낮은 주가에 매입하며 수익률상승을 기대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는 동안 세금을 간과하고 있었다. 

주식을 거래할 때 증권거래세 0.25%가 발생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던 기자는 그마저도 아까웠다. 결국 물타기를 했지만, 증권거래세를 포함하면 매도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0.25%인 증권거래세를 오는 2023년까지 0.15%로 내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소망하던 동학개미들의 기대는 빗나갔다. 

또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존속시키고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완화했다. 공제금액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였다. 주식으로 번 돈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내라는 이야기였다.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저 금액을 나도 쥐어볼 수 있을까. 오히려 허탈감만 배가됐다. 

동학개미들에겐 주식 양도소득세 경감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5000만원은 커녕 2000만원을 주식으로 번 동학개미들이 몇이나 될까. 전체 개인 투자자 600만명 중 약 15만명이 연 5000만원 이상 주식투자이익 과세 대상이다. 주식투자자 상위 2.5%를 차지한다. 그만큼 큰돈을 만지는 투자자는 일부라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주식시장에서 절대다수는 동학개미다. 이들의 지갑을 열어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다. 동학개미들이 진정 원하는 정책을 내놔야 할 때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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