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방역 주역, 미래 신성장 동력 제약·바이오산업 기대감↑
CEO 뚝심 경영 주목...근성·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등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제공=EBS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와 K-방역을 이끌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CEO(대표이사)들의 뚝심 경영이 눈길을 끈다.

올해로 창립 94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 제약사 중 1위(1조4803억 원)를 차지했다.

투명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한양행은 지난 1926년 6월 20일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에 의해 설립됐다.

유 박사는 일찍부터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기업경영으로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지난 1936년 유한양행을 주식회사체제로 전환했고, 1939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했다.

또 유한양행은 1962년에 국내에서 두 번째로 주식공개를 했다. 유 박사의 뜻에 따라 1969년부터는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전문 경영인을 선출하는 ‘책임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2015년 3월 취임한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장)은 혁신 신약개발, 개량신약판매 확대,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며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유한양행의 R&D(연구개발) 투자결실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2분기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086억원으로 14.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41억원으로 407.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0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데는 신약 기술수출 수수료(마일스톤) 유입이 결정적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4월 다국적 제약회사 얀센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개발 진행에 따른 기술료 3500만달러(약 432억원)를 수령했다. 이 가운데 약 70%인 300억원이 2분기에 일시 반영됐다.

레이저티닙은 하반기 3상 진입도 예상돼 진행과정에 따른 추가 기술료 유입도 기대된다.

지난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한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1세대 대표주자였다.

임 회장은 지난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 약국’을 시작으로 임성기 제약을 창업하고, 같은 해 한미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임 회장은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이끌며, 한미약품을 연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전 회장 /연합뉴스

한미약품은 해마다 매출액의 20% 정도를 신약개발에 투자, 최근 20여 년간 연구개발에 쏟은 금액만 2조원에 이른다. 임 회장은 경영 상황이 악화될 때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의지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7건이나 잇따라 맺었다. 얀센, 베링거 잉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기업과 8조원에 달하는 기술 계약을 체결하며, 그해 한미약품은 영업이익 2118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한미약품은 이달 미국 제약사 MSD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바이오 신약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LAPS GLP/Glucagon receptor dual agoinst)’ 를 8억7000만 달러(약 1조원)에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해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GC녹십자는 국내 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헌신했던 고(故) 목암(牧岩) 허영섭 GC녹십자 회장의 발자취를 따라 지금의 자리에 왔다.

고 허영섭 회장은 생명과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꼭 있어야 할 의약품 개발에 매진하며 필수의약품의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고인의 노력은 B형 간염백신, 유행성 출혈열 백신, 수두 백신,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등의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다. 또 GC녹십자를 혈액 분획제제와 백신 분야에서 세계적 제약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지난 2009년 전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적시에 전량 국내 공급함으로써 국가 보건안보에 공적을 남겼다.

올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GC녹십자도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신청했다.

현재는 허일섭 GC녹십자 회장이 지난 2009년 별세한 허영섭 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허 회장은 해외수출과 R&D를 중심으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6432억 원이던 녹십자 매출을 2015년 1조478억 원으로 늘어나며 유한양행, 한미약품과 함께 제약업계 매출 1조 클럽을 이뤘다. 또 해외사업에도 힘을 쏟은 결과 2009년 690억 원이던 수출액은 2015년 2078억 원까지 3배가량 늘어났다.

국내 바이오 1위 기업 셀트리온의 수장, 서정진 회장의 뚝심 경영도 눈길을 끈다.

바이오 1세대로서 불모지를 개척한 서 회장은 근성과 과감한 경영방식으로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를 시가총액 60조원을 웃도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설립 초기만 해도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사업이 안정화되자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에 눈을 돌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제공=셀트리온

그 결과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로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의 개발에 성공하며 해외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셀트리온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8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14% 증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셀트리온은 인프라구축과 연구개발(R&D)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R&D 비용으로만 3031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1조 1285억원 가운데 26.9% 정도로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지난 7월 식약처부터 승인을 받았고, 글로벌 임상도 영국에서 시작했다. 셀트리온은 CT-P59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즉시 대량 공급할 수 있게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셀트리온은 국내 진단키트 전문업체들과 협업해서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키트 제품을 12일부터 미국시장에 본격 출시했다.

바이오산업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통 큰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SK바이오팜은 상장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최대 5배 이상의 주가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이 가시화됐다는 소식에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주가가 급등했다.

이 같은 SK그룹의 바이오 결실은 최 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꾸준한 투자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다.

이후 최 회장은 수천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사 직속으로 둬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강한 의지였다.

그 결과물이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신약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유일 제약사다.

SK바이오팜에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전문기업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 달러(약 4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 받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에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 최근 빌 게이츠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극찬하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를 3조원대 안팎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백신CMO 최대 1조7000억원에다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6000억원, 생명과학사업 1조원 등이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