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매물 품귀·보증금 미리 올려 전셋값 급등세
효과없이 분쟁만…전문가 "의견수렴 거쳤다면"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규정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작동한 지 두달여가 지났다. 새 임대차법으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그동안 서울 등 주요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은 급등했고, 전세 매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또 매도자와 세입자 간 갈등이 점차 깊어지는 등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태다.

임대차법은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부터 하루 뒤 정부는 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포함한 임대차보호법을 즉각 작동시켰다. 무주택 세입자들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이루고 나아가 집값도 안정시키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개정안은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기존 세입자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것은 당장 올해 부각된 것은 아니다. 그간 오랫동안 진보정당 공약집이나 시민단체 요청이 쭉 있었던 내용이다. 직전 20대 국회가 아닌 그 전부터 계속해서 법안으로 올라왔던 법안이다.

다만 이 법안 자체가 지나치게 임대인에 대해 규제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통과하지 못했다.

전셋값 급등세…수억원이 '쑥'

실제로 임대차법 작동 이후 예상했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전셋값이 급등세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21일 기준) 0.08% 올랐다.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첫째 주부터 무려 65주 연속 이어졌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하다. 길음뉴타운8단지 래미안 전용면적 59㎡(5층)는 지난달 23일 6억69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동월 12일 같은 아파트 5억5500만원 거래가 보다 1억원이 넘게 올랐고, 지난 8월 거래된 6억원보다도 7000여만원 비싸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59㎡가 지난달 23일 8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올해 초 실거래가 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뛰었다.

전셋값이 급등한 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임대료 상한(5%)에 따라 미리 보증금을 올려받으려는 움직임과 전세 품귀현상 때문이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자료를 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8914개로 7월1일(4만3904개)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대문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대 4년 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가격을 미리 올려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기다 전세매물도 없으니 집주인이 처음부터 호가를 높여 부른다”고 말했다.

효과는 없이 쌓여만 가는 분쟁

섣부른 법 제정이 효과없이 분쟁만 발생시키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가령 매수자가 실거주를 계획하고 집을 매수했는데, 해당 주택의 전세 거주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많다.

김 의원실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임대차법 시행 전인 6월 세입자의 동의를 받고 분당 아파트 매도 계약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세입자가 11월 퇴거에 동의했지만 9월 들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야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1000만원을 주면 11월에 퇴거해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주임법이 개정되기 전 체결된 계약이기에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했지만 세입자는 막무가내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3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보통 이런 경우 민법 565조에 따라 계약 파기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중도금이나 잔금 등을 지급하는 시점인 이행 착수시점에서 오고 간 금액의 2배를 변상해야 한다. 집주인들 사이에서 임대차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내놓은 섣부른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차법은 처음 예상했던 부작용을 고스란히 시장에 나타내고 있다"며 "의견수렴이 조금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것. 정부가 대책없이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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