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행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치한

기업 입장에서 11월은 차기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야 하는 시즌이다. 한해 사업에 대한 성과를 돌아보면서 신년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통해 매출, 투자 목표와 신사업 등을 새롭게 설정하는 시기다.

연초부터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모든 기업이 예외 없이 올해 사업계획에 많은 차질을 빚었다. 유례없는 팬데믹이 세계경제를 뒤흔들면서 많은 기업이 암울한 현실의 불확실성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사태가 아니더라도 기업입장에서는 경영불확실성이 상수화된지 오래다. 기업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불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기업의 속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 속에서 성장과 발전의 영역을 찾아야만 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기업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표방하며 이익과 효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주주만이 기업 경영의 중심인 시대가 저물었다.

특히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대응만으로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는 상생적인 가치 사슬(Value chain)’이 형성돼야 한다.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양립시킨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상생의 철학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UN을 중심으로 추진된 지속가능발전은 기업성장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을뿐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면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차원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핵심가치로 삼는 새로운 변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공유하고 있는 기업은 ’ESG'를 생존과 발전의 원칙으로 적극 수용하고 나섰다.

발 빠르게 대응해 ‘ESG’를 내부화한 글로벌 기업들은 차별적 경쟁력과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추세다.

테슬라(Tesla)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배출량 감소의 환경문제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포착, '지구의 에너지 문제해결을 기업 목표로 내걸고 전기자동차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1970년 작은 석유회사로 출발한 덴마크의 올스테드는 다른 석유회사와 달리, 해상풍력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 친환경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또 유니레버, 이케아, 파타고니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 기업이 앞다퉈 친환경회사로의 변모를 위해 지속적인 혁신과 성과를 보여주는 성공적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40조 달러를 돌파한 글로벌 ESG투자가 시사하고 있듯,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부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ESG투자를 늘려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의 혁신적인 'ESG 경영행보가 가장 먼저 눈에 띤다.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사회적 가치를 키워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공존하는 ’DBL(Double Bottom Line)경영을 도입해 근본적인 기업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환경보호와 동반성장 역시 SK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다. 특히 지난 1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8개 계열사는 한국 최초로 ‘RE100’가입을 신청했다. 이는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조달한다는 약속이다.

10년 전부터 ’ESG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최태원식 리더십이 ’ESG‘ 중심의 조직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ESG'를 외면해서는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논하기가 무색한 시대가 도래했다.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ESG’실천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우호적 성향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고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사회문제와 비즈니스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격변의 시대다. 비즈니스와 사회문제는 별개라는 인식이 퇴색되면서, ‘ESG' 개념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미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ESG'는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며 먼 길을 가야하는데 필요한 이정표다.

지금 기업은 불확실성과 맞물려 움직이는 경영환경에서 미래 행동과 목표를 ‘ESG 경영에 둘 것을 요구받고 있다. 기업이 생태적 전환을 주도하는 경영체로서 지속가능경영의 핵심가치인 ‘ESG'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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