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연속 2000만원을 터치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이번엔 좀 다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평가다. 가상통화(디지털자산,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연속 2000만원을 터치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개인투자자 위주의 과거 시장 양상과 달리, 최근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이 늘면서 가격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19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986만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한때 2020만원 이상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이날도 오전 한때 2000만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는 비트코인은 전세계 다양한 투자 자산 중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이 같은 급등세는 과거 2017년과 2018년의 광풍을 떠올리고 한다. 지난 2017년 하반기 4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2~3개월 사이 무서운 상승세와 함께 이듬 해인 2018년 1월 한때 2800만원을 돌파했다.

새롭게 등장한 블록체인 기술이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이 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가상통화의 세계적 확산 전망이 투자자의 마음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다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부실화, 투기자본의 이탈 등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초엔 8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세를 보였던 지난 3월엔 500만원대까지 가격이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 가동과 함께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넘치는 유동성과 초저금리 기조 확산으로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제한적인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으며, 디파이(DeFi) 붐이 불면서 가격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투자사들이 본격적으로 가상통화 시장에 진입,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어느덧 2000만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017년의 광풍과 2018년의 급속한 시장 위축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일회성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예상도 많지만,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면서 "무엇보다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본격화됐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사의 (시장 진입) 행보가 빨라졌으며, 세계적인 투자자 역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사인 피델리티와 JP모건이 잇따라 디지털자산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글로벌 투자사 중 가상통화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JP모건은 글로벌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비트코인과 금 간에 대체화폐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금과 비트코인을 유사하게 보는 밀레니얼 세대의 시각이 비트코인 가격의 장기 상승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외에도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인 싱가폴의 DBS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DBS디지털거래소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VIP 고객과 밀레니얼 세대의 가상통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향후 디지털금융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빠른 움직임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세계적 투자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짐 사이먼스(James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명인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가상자산 신탁펀드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연일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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