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SG, 언택트, 바이오 기업 등 관심 지속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과 ESG 투자 확대, 언택트(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에 힘입어 국내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 초, 국내 금융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과 ESG 투자 확대, 언택트(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에 힘입어 국내 펀드 시장엔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며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펀드 시장의 전체 펀드 설정액 규모는 지난 11월말 기준 71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해, 10월말에 이어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한달 간 MMF, 채권형, 부동산형, 재간접형 등 펀드의 설정액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월말 대비 0.9%, 금액 기준으론 6조 5325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국내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492조, 해외 투자 펀드 규모는 221조로 집계돼, 해외 펀드의 비중이 소폭 늘었다. 해외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일명 서학개미가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비롯해 구글,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 등 미국의 핵심 IT, 언택트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올 한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선 ESG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단어의 약자로, ESG 투자란 투자 의사의 결정시, 기업의 재무적 요소만이 아닌 ESG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투자방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그린뉴딜 정책의 영향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선 ESG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ESG 관련 투자가 늘며 친환경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하는 그린펀드로 돈이 몰렸다.

삼정KPMG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된 ESG 관련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기준 국내에 설정된 ESG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3869억원으로, 2018년(1451억원) 보다 2.6배 증가했다. 최근 그린펀드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내년엔 더욱 자산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NH-아문디(Amundi)자산운용의 ‘100년 기업 그린 코리아 펀드’는 출시 약 3개월여 만인 지난 10일 펀드 설정액 1000억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그린(환경) 테마에 중점을 두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주식형 ESG 상품이다.

지난 9월 3일 출시 이후 범농협 그룹의 초기투자자금 400억원을 제외한 약 600억원이 리테일 판매채널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됐으며, 최근 주식시장의 호조와 글로벌 그린 뉴딜 수혜 기대감으로 11월 한달에만 약 330억원이 추가 유입됐다. 특히 올해 운용업계에서 출시된 8개 일반 주식형 공모 펀드 중 설정규모 1000억원을 유일하게 돌파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올 한해 유례없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전세계가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형 뉴딜 정책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등 ESG투자, 특히 그린(환경) 테마의 장기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도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 폐쇄, 공급망 붕괴 등을 경험하면서 과거와 달리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ESG 경영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ESG 채권의 발행 규모는 4841억 달러(약 529조원)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이에 ESG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늘고 있다. 최장원 한화자산운용 FI사업본부 본부장은 "정부 중심의 사회적 가치 및 책임투자 강조에 따라 ESG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국내서 발행된 ESG채권은 75조원(10월 말 기준)에 육박했고, 2019년 대비 발행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해 안정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외에도 언택트 경제를 주도하는 IT기업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담당하는 제약, 바이오업종 관련 펀드로 많은 자금이 몰렸다.

지난 11월 글로벌 증시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 이후 추가 부양책 및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후 미국 화이자는 물론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제약사의 긍정적인 코로나19 백신 임상 효과 발표와 함께 백신 기대감으로 주가 강세를 보였다. 이에 관련 펀드 역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경제의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자산이 급등락 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 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직구에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테슬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MS,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주로 미국의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며 "펀드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미국의 성장주와 글로벌 기술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자금 몰이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1년에는 기저효과와 일부 경제회복 기대감 등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올해와 같이 관련 펀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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