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역대 은행장 3명 농협금융 부사장 출신...차기 행장 디지털·글로벌에 주력할 듯
NH농협은행을 이끌 차기 은행장이 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김형일 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사실상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되면서 농협금융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을 이끌 차기 행장이 누가 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을 선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손 행장이 아직 행장직을 사임하지 않았지만, 지주 회장과 행장을 겸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내규에 따라 임추위는 경영승계 개시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그동안 농협금융이 지주 회장과 행장을 지속적으로 분리해왔다. 신충식 초대 은행장이 3개월간 임시로 지주 회장을 지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역대 행장이 역임한 자리에서 차기 행장이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형신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부사장)이다. 손 행장을 비롯해 김주하 전 행장, 이경섭 전 행장이 지주 부사장에서 행장이 됐다. 

지주 부사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직무를 수행하기 직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부사장은 이달 중순 진행된 농협생명 대표 선임 과정에서도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농협금융이 자산관리(WM) 사업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은 것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사업전략부문은 그룹 내 WM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손 행장도 사업전략부문장을 역임했으며 지난달 농협금융은 기존 WM추진팀을 WM사업부로 격상하는 등 사업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장승현 농협은행 기획부문장(수석부행장)이 차기 행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부행장은 지난해 3월 이대훈 전 행장이 사임했을 때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지난 3월 취임한 손 행장과 발을 맞춰왔다. 

특히 장 부행장은 농협은행의 재무와 전략을 총괄하는 요직에 앉아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경기와 영남 인사를 등용하고 있는 가운데 장 부행장이 경남 김해 출신인 것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권준학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도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 상무가 농협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낸 후 이성희 중앙회장의 부름을 받아 요직인 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어서다. 

이재식 농협상호금융 대표도 후보 중 하나다. 중앙회 내에서 금융부문을 맡고 있고 이대훈 전 행장이 상호금융 대표에서 행장이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영남 출신 인사다. 

일부에선 누가 되든 차기 행장이 디지털과 글로벌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농협금융 회장에서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광수 회장과 손 행장이 관심을 기울였던 분야라는 이유를 들었다.  

디지털은 금융권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지난해 향후 4년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약 1조원을 투자하는 비전을 선포했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DT추진 최고협의회를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해외 진출 확장에 힘을 쏟음에 따라 손 행장은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법인 증자를 마무리했다. 농협은행은 중국과 인도·미얀마 등 고성장 신남방 국가에 대표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으나, 미래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대손충당금 선제적 추가 적립 등으로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1114억원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한편 지난 2012년 농협금융 출범 후 사실상 역대 두 번째 내부 출신 회장이 된 손 행장은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임추위는 지난 22일 손 행장에 대해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췄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갈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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