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과장을 좀 보태, 떴다 하면 골이 터진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경이적인 공격포인트 기록이 맹활약을 증명한다. 올 시즌 25경기(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경기, 유로파리그 7경기, 카라바오컵 2경기)에 출전해 16골 8도움(EPL 12골 5도움•유로파리그 3골 3도움• 카라바오컵 1골)을 마크했다. 경기 평균 1에 육박하는 공격포인트를 만들었다. 게임에서 나올 법한 '크레이지 모드'다.
 
여러 가지 장점이 고루 빛난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킥이 좋고, 결정력 또한 탁월하다. 공간 침투도 능하고,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최고 수준이다.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했고, 승부처에서 해결하는 능력도 최고다. 키패스 횟수와 슈팅 대비 득점 성공, 뛰는 거리 등 세부 지표도 훌륭하다. 경기력과 기록이 모두 좋으니 '기복'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지웠다. '월드클래스 논쟁'은 고개를 숙인 지 오래다.
 
청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손흥민이 한국 국가 대표가 됐을 때, 1992년 K리그 득점왕 임근재 감독과 그의 발전 가능성과 최대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임 감독은 망설임 없이 손흥민의 '스피드'를 입에 올렸다. 그는 "(손흥민이) 중학교 시절에 뛰는 걸 봤는데 엄청나게 빨라 깜짝 놀랐다"며 "단순한 스피드뿐만 아니라 순간 가속과 변속에 모두 능했다. 스피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뒷받침 되면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의 예상과 기대가 현실이 됐다. '엄청나게 빨랐던' 소년 손흥민은 여러 가지 부분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스피드를 저하하지 않는 선에서 피지컬을 향상했고, 체력도 나쁘지 않으며, 경기를 보는 시야와 집중력 또한 엄청나다. 이젠 '토털 패키지'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빠르고 파괴력 넘치는 '괴물'로 진화 중이다.

손흥민이 6일 브렌트포드와 경기에서 멋진 골을 기록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6일(한국 시각) 브렌트포트와 카라바오컵 4강전 쐐기골 장면은 손흥민의 여러 장점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가공할 만한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 뒤 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었고,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자칫 쉽게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이 가진 속도를 단박에 최대한 끌어올려 수비수를 따돌린 뒤 섬세한 터치에 이어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일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으로 골을 잡아냈다. 손흥민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스피드를 어떻게 사용해야 골로 연결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1980~1990년대 활약했던 '삼손' 김주성은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그 역시 빠르기만 한 선수가 아니었다. 변속에도 능하고 양 발도 고루 잘 사용했다. 타고난 스피드에 피땀 흘려 갈고닦은 기술과 경험을 더해 괴물 같은 존재감을 뽐내며 아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3년 연속(1989, 1990, 1991년) 수상했다. 모든 걸 갖춘 삼손의 속도는 아시아 수비수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요즘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당대 최고 스타였던 김주성이 CF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스피드가 기술입니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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